분명 '채소농장'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도심형 식물공장업체인 인성테크의 김인수 대표가 안내한 곳은 경기도 죽전의 한 대로변에 있는 상가 건물 2층 카페였다.
"하이힐에 정장을 빼입고 와도 된다"는 말이 이해됐다. 카페 통유리 바깥으로 '도심형 식물공장', 즉 '시티 팜(city farm)'이 드러나 보였다. 대형 마트 진열대에 있는 제품처럼 층층이 놓여 있는 야채가 푸릇푸릇한 입을 한가득 펼쳐보이고 있었다. 50여평(165㎡) 규모의 시멘트 공터가 산소 가득한 녹색 정원으로 바뀐 것이다.
◆무균실은 기본, LED 광파장으로 지하 재배도 가능
'도심형 식물공장'은 아직 우리에겐 익숙지 않지만 일본과 미국에선 일반화됐다. 일본에선 1970년대부터 논의를 시작해 이미 크고 작은 도심형 식물공장이 100여개를 돌파했다. 올해 말까지 생산 규모만 300억엔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선 뉴욕 맨해튼에 수직 농경 빌딩인 '마천루농장(vertical farm)' 건설이 진행 중이다.
'식물공장'은 일정한 시설 안에서 빛과 온·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인공적으로 제어해 계절이나 장소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최근처럼 기상 이변이 자주 발생해 먹을거리의 가격 폭등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식물공장이 식량 위기를 푸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저탄소 녹색 성장시대에 유망 산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식물공장'에서 생산한 채소를 국내 처음으로 대형 백화점에 납품하고 있는 인성테크는 원래 자동차 셀프 세차기 생산을 주업으로 하는 제조업체. 김인수 대표는 "자동차 세차기 핵심 기술인 수압과 공기압을 농사에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수경재배 농법을 떠올려 영양분이 되는 물에 칼슘이나 마그네슘을 녹여 이온화한 '양액' 재배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무균실이기 때문에 농약이 필요 없고, 엽채류의 성장 속도에 맞는 LED 광파장을 100% 이용해 재배한다"며 "때문에 전력 소비량이 줄고, 광원이 통하지 않는 지하나 건물 내부에서도 재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효율·저탄소 녹색 경영으로 신성장 동력 부상
인성테크 식물공장에선 오비레드, 멀티 그린 등 국내에선 희귀한 샐러드용 채소도 키우고 있다. 네덜란드 종자인 멀티 그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재배 중이다. 그만큼 수익성도 높아 50원짜리 씨앗 하나를 키우고 나면 150g에 2900원에 팔린다.
인성테크 관계자는 "식물공장은 3.3㎡(한평)당 생산량이 1년에 3080포기인 데 반해 일반 시설 재배 하우스는 1년에 333포기 정도"라며 "식물공장의 연내 출하 가능 횟수도 12회가 넘어 일반(최대 8회)보다 월등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곳에서 재배하는 야채를 한 움큼 뜯어 먹어보니 줄기가 매우 연했고, 향이 은은해 쌈은 물론 샐러드나 비빔밥에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도심형 식물공장'이 차세대 농업방식으로 주목받으면서 국내에서도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남극 세종기지에서도 신선채소를 먹을 수 있도록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을 현지로 보내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15억원을 들여 3층 규모의 수직형 식물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비닐하우스와 비교해 초기 투자비용이 15~20배 정도 많이 드는 게 단점이지만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면 비용이 3분의 1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량난 해소 방안으로 식물공장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비용의 경제성만 확보되면 앞으로 더 각광받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