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상장회사인 반도체부품업체인 네오세미테크는 코스닥 상장사인 반도체 부품업체 모노솔라를 인수해 합병했다. 그리고 모노솔라의 이름을 네오세미테크로 바꾸는 방식으로 비상장사이던 네오세미테크를 상장시켰다. 이른바 우회상장이다. 우회상장 후 네오세미테크의 작년 영업이익은 312억원이다. 직전사업연도(2008년)보다 무려 1만539.1% 증가했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역시 561%, 1800% 늘어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부진했던 모노솔라의 2008년 경영실적이 네오세미테크의 2009년 실적으로 잡혔기 때문이다. 만약 상장 전인 2008년도의 네오세미테크의 경영실적과 지난해 우회상장 후 이 회사의 실적을 비교하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0.79%, 7.16% 증가하는 데 그친다. 영업이익은 오히려 11% 손실이다. 직전사업연도 대비 매출이 급격하게 늘어나 보이는 일명 '실적 착시(錯視)효과'이다. 우회상장기업들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실적 착시효과'는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전문기업 플렉스컴은 지난해 굿센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우회상장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900.47%, 956.52% 증가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플렉스컴이 공시한 작년 실적은 굿센의 직전사업연도(2008년) 매출과 단순비교한 것이다. 하지만 상장 전 플렉스컴의 실적과 비교하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7.71%, 148.28% 증가에 그친다.

지난해 웨스텍코리아를 통해 우회상장한 아동출판업체 예림당은 지난달 11일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002%, 1403%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상장 전 예림당의 직전사업연도와 비교해보면 28.32%, 37.46% 증가에 그친다. 이날 이 회사의 주가는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 사업 및 실적 보고서 등을 통해 투자 결정을 한다.

'주가는 실적을 반영한다'는 격언이 주식 시장에 자리 잡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인수·합병(M&A)한 기업의 경영실적 발표를 볼 때는 실적이 부풀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경고하기 위해 실적 변동 유의사항 등이 보고서에 기재되어 있는지 꼼꼼히 확인을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보고서를 통해 별도로 안내하지 않는 한 투자자들은 단순 수치만 판단하고 투자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동아회원권그룹을 통해 우회상장한 코리아본뱅크의 송영택 상무는 "합병 전 경영실적을 합병 후 경영실적과 비교기재하는 등 내부적인 공시 지침을 마련해 투자자들에게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회상장(迂廻上場)

비상장기업이 상장기업을 합병하거나 포괄적 주식교환, 유상증자, 영업양수도 등을 통해 사실상 증시에 상장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 상장요건이 안되는 기업이 상장기업처럼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