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마비로 이어지는 심근경색 발병 시 대처가 빠를수록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 없이 흉통(胸痛)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심근경색으로 간주하고 약을 투여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최근 심근경색 진단장비를 휴대용으로 개발해 현장에서 심근경색을 진단하려는 기술 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심근경색 진단 장비의 소형화에는 반도체가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심근경색 확인에 피 2~3방울이면 충분
통상적으로 흉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심근경색인지를 진단하려면 병원 응급실로 이동하고 채취한 혈액을 검사실에 전달해 정밀 검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밀 검진 과정에 필요한 시간은 1~2시간 정도. 이마저도 교실 두 개 크기의 대형 실험 시설을 갖춘 병원에서나 가능하다.
응급실로 이송하는 데 30분 이상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심근경색인지를 진단하는 데 최소 2시간여가 필요하다. 통상 발병하고 한 시간 내에 심근경색을 치료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근경색 진단 시스템이 현재로서는 '사후약방문' 격이 될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바이오센서연구팀은 피 2~3방울로 심근경색을 20분 만에 진단해 주는 '반도체 바이오 센서'를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반도체 바이오센서는 가정용 프린터 정도의 크기다. 구급차로 이동하면서 심근경색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심근경색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연구진은 짝으로 결합하는 항원과 항체의 특성을 활용해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반드시 혈액 속에 발견되는 단백질 항원이 있다. 또 이 단백질 항원에만 결합하는 항체가 있다. 심근경색의 항원에만 결합하는 항체를 반도체에 부착하고 추출한 혈액을 바이오센서에 흘려 주면 심근경색이 발병했는지를 항원과 항체의 결합으로 알아낼 수 있다. 항원과 항체는 매우 작아 결합 여부를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전류 측정으로 파악한다.
바이오센서연구팀의 성건용 박사는 "항원과 항체는 모두 전류가 흐르는 도체 물질이다"라며 "반도체에 부착한 항체에 항원이 결합하면 반도체의 전류 흐름이 달라져 항원, 항체의 결합 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미세한 전류 변화도 감지할 수 있어 심근경색 진단 장비의 크기를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한다.
연구진은 해당 내용을 국제학술지 '바이오센서즈 앤드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sensors and Bioelectronics)'에 지난 15일 발표했고, 관련 특허 52건을 국내외에 출원 및 등록했다.
◆암 발병 가능성, 집에서 파악 가능
반도체 바이오센서로 간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 암 발병 여부를 확인하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암이 발병하면 혈액에 특정 항원 단백질이 생기는 데 이를 반도체 바이오센서가 감지하는 방식이다. KIST는 MEMS(초미세전기기계시스템)와 반도체 기술을 접목해 바이오센서를 개발 중이고, 한국화학연구원은 탄소나노튜브(탄소 원자로 만들어진 빨대 형태의 나노 물질) 기반의 반도체 바이오센서를 연구 중이다. 미국의 하버드대, 예일대, 칼텍, 일본의 나고야대에서도 반도체 바이오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ETRI의 반도체 바이오센서는 암 발병 자체를 진단할 수준은 아니지만 발병 가능성을 알려 줄 수는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송정한 과장은 "ETRI의 반도체 바이오센서가 암 발병 가능성이 일정 수치를 넘었다고 알려 주면 병원에 가서 정밀 검진을 받으면 된다"며 "마치 당뇨병 환자들이 혈당 수치를 집에서 확인하는 것과 비슷한 기능으로 반도체 바이오센서가 암 발병 가능성을 확인해 주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성건용 박사는 "소형 바이오센서처럼 현장에서 바로 병을 진단할 수 있는 의료기기 시장이 올해 유럽에만 2억9000만달러(약 3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바이오센서 세계 시장이 연평균 6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시장조사기관에서는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