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가 칠레 지진으로 하루의 길이가 짧아졌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강력한 지진으로 지구가 흔들리면서 지구의 자전축이 이동했고, 그로 인해 지구의 자전 속도가 빨라지며 하루의 길이가 1.26 마이크로초(1 마이크로초는 100만분의 1초)가량 짧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NASA의 분석처럼 시간의 길이가 변할 수 있을까? 시간은 왜 변하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어떻게 시간에 발생한 오차를 찾아내 바로잡을까?
◆자전속도, 시간 바뀌는 대표적인 원인
시간이 바뀌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는 자전축의 변화다. 시간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먼저 세슘의 고유 진동수인 91억9263만1770번을 측정해 정하는 '원자시'(세계협정시). 다른 하나는 지구 자전주기를 근거로 정하는 '천문시'가 있다.
지구 내부에서 강력한 지각운동이 일어나 자전축이 바뀌면, 이 중 천문시가 변한다. 자전속도가 바뀌기 때문이다. 자전축이 바뀌면 자전속도가 바뀌는 이유는 김연아 선수가 피겨 스케이팅을 하는 장면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김연아 선수가 자세를 고정한 상태에서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다가 팔을 약간 움츠리거나 반대로 펴는 등 자세를 바꾸면 속도가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회전축이 바뀌면 속도가 바뀌는 현상을 실제로 '아이스 스케이터 효과'(Ice Skater Effect)라고 부른다.
지진 외에, 태양과 달 때문에 시간이 바뀌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달은 지구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데, 이에 따라 달이 지구에 미치는 힘(인력)이 달라지면서 지구 표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닷물의 수위가 변한다. 그 결과 지구 질량의 분포가 바뀌고, 자전속도도 달라져 시간이 변하는 것이다.
시간이 바뀌는 또 다른 원인은 '세차 운동'이다. 세차운동이란 23.5도 기울어진 지구의 자전축이 약 2만6000년 주기로 조금씩 그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이는 팽이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운데, 살짝 기울어진 상태로 도는 팽이의 경우 축도 함께 빙그르르 돈다.
◆천문시, 원자시 비교해 정확한 시간 정해
과학자들은 정확한 시간을 유지하기 위해 관측과 계산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실제 시간이 달라지면 '윤초(閏秒)'라는 개념을 이용해 이를 보정한다.
천문시와 원자시 모두 세계 각국의 표준·관측기관이 측정한 결과를 국제기관이 종합하는 방식으로 정확성을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원자시는 각국의 표준기관들이 먼저 세슘원자시계 등을 이용해 원자시를 측정하고, 국제도량형국(BIPM)이 종합한다.
천문시는 각국 천문·측지 관련 기관들이 위성항법장치(GPS) 등을 활용해 하루의 길이를 계산하고 이를 국제지구자전-좌표국(IERS)이 종합한다. IERS는 종합한 데이터를 평균해 지구자전주기를 확정한다. 그리고 원자시와 비교해 차이가 0.9초 이상이 될 경우 1초를 더하거나 뺀다. 이것이 윤초이며, 2~3년에 한 번씩 발생한다. 2009년 1월 1일에도 양(+)의 윤초가 결정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윤초 외에도 중요한 시간 보정작업이 하나 더 있다. 다름 아닌 음력 시간을 확정하는 것이다. 음력은 달의 공전을 관측해 정하는 것이므로, 천문시와 마찬가지로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음력은 중국 음력에 기반한 만세력을 보통 차용하는데, 실제 우리 시간에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실제 2006년에는 모 기업의 휴대전화와 일부 포털에 나타난 설날이 실제 설날과 하루 차이가 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국천문연구원은 최근 우리 고유의 음력을 판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수정해 변화하는 천체 운동을 반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태양·달·행성 등 각종 천체의 움직임에 대한 수백년간의 데이터가 반영돼 있다.
안영숙 한국천문연구원 고천문그룹장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정밀한 관측이 가능해지면서 데이터의 증가로 최소 1년에 한 번은 프로그램을 전반적으로 손질하고 있다"면서 "현재 3년 정도 이후의 음력 날짜는 양력과 대비해 정확한 확정이 가능하지만, 이후의 음력 날짜는 관측에 따라 해당되는 양력 날짜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