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은 '주주총회(주총)의 날'이었다. 이날 현대차, 현대중공업, SK 계열사 9곳, KT 등 93개사가 일제히 주총을 열고 사외 이사 선임, 정관(기업의 조직·활동을 정한 기본 규칙) 변경 같은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주총의 '키워드'는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사업 목적 변경이었다. 현대중공업은 해운업을, SK텔레콤은 평생교육사업, 유비쿼터스 도시건설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대기업들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신규 조직 설립 등도 단행했다.

'새 10년 먹고살 성장동력 찾아라'

이날 주총에서는 기업들의 미래 투자 전략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조영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0년마다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선 새로운 투자 사이클(cycle)이 형성된다"며 "1990년엔 IT산업, 2000년엔 중국 제조업의 무서운 성장이 기업들의 '투자 키워드'였다면 올해에는 기업들의 '신규 사업 돌파구'로 압축된다"고 말했다.

금융 위기 여파로 불황 터널을 거친 기업들이 기존 포화 시장에서 벗어나 제각기 신흥 블루오션 확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예컨대 국내 최대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올 주총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해상운송업, 선박대여업, 해운중개업 등 해운업을 사업 목적에 새로 추가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내항화물 운송업에 국한돼 있던 사업 영역을 더 포괄적인 영역으로 넓혔다"며 "장기적으로 신성장동력 발굴이 목표"라고 말했다.

SK그룹의 경우, 이날 주총을 연 계열사 9곳 중 5곳이 사업 목적을 추가했다. SK텔레콤은 평생교육 사업과 유비쿼터스 도시건설, SK네트웍스는 종합 휴양업 및 체육시설 운영업을 더했다. 현재 SK텔레콤은 SK건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스마트 시티(Smart City) 사업을 추진 중이다. SK네트웍스는 워커힐 인수 후 복합테마파크, 리조트 사업을 계획 중이다.

SK에너지는 2차전지 사업을 비롯해 수처리사업, 탄소배출권 거래 사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해 녹색 성장 동력 의지를 분명히 했다.

새 인물, 새 조직도 주총에 등장

대기업들은 이날 후속 사내이사 선임과 임기 만료된 사외이사 교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신규 조직 설립 등도 단행했다.

현대차는 주총에서 정의선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정 부회장은 작년 8월 기아자동차 사장에서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이동했지만 그동안 비등기임원 신분이었다. SK텔레콤은 조기행 GMS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SK가스최상훈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선임건을 통과시켰다.

KT는 이날 주총에서 이사회 내 지배구조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 정관변경안을 통과시켰다. LG디스플레이는 올 주총에서 현재 최대 9명으로 되어 있는 등기이사 수를 7명으로 축소하는 안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