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밀레니엄이 열리던 지난 2000년 초는 전 세계 주식 투자자에게 '꿈' 같은 시절이었다. 당시 새천년을 맞아 'Y2K 오류'(컴퓨터 연도 인식 오류)에 대한 우려감으로 전 세계 IT(정보기술) 투자가 급증했다. 닷컴(인터넷) 기업의 주가는 연일 급등세를 탔고, 주식 투자자는 저마다 '대박'의 꿈을 꾸고 있었다.
정확히 10년 전인 2000년 3월 10일 나스닥지수는 지금까지 깨지지 않은 사상 최고치인 5048.62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급락세로 돌변했고, 이 급락세는 2002년 10월 1114.11로 떨어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 실리콘밸리에 다시 봄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닷컴버블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주가나 고용, 경제상황은 아직 예전 수준에 크게 못 미치지만, 실리콘밸리에서 쏟아지는 새로운 신제품 뉴스들이 신중한 낙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 "미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예정대로 성과를 나타낸다면 기업의 실적이 호전되고 그 결과 주식들이 전반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0년대 닷컴 버블 당시 너무 낙관적이었던 투자자들은 버블 붕괴 이후 너무 비관적으로 변했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자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진 상태라는 것. 이에 따라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면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식 매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특히 그동안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IT 주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아이패드' 등 애플의 신제품 출시와 할리우드에서 '아바타' 열풍 뉴스가 쏟아져 나오면서 IT와 콘텐츠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
실제로 애플·인텔 등 대형 IT기업은 이달 들어 52주 신고가를 잇달아 갈아치웠다. 씨스코의 존 체임버스 회장은 "미국의 산업 가운데 IT 부문이 경기침체를 가장 빨리 벗어날 것"이라며 1만명을 추가로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애플·구글·아마존 같은 새로운 대형기업이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개발경쟁 과정에서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내 IT업계도 이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앱스토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 대학가에도 소프트웨어 회사 창업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면서 "벤처에 대한 사회·제도적 환경이 긍정적으로 바뀌면 스타 기업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낙관론에 대해 많은 전문가는 실리콘밸리가 예전의 영화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으로 맞서고 있다. 전반적인 미국 경기 회복과 더불어 실리콘밸리의 경기가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2000년대 초와 같은 열풍이 재현되기는 매우 어렵다는 신중론이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990년대와 달리 지금은 IT 산업이 이미 성숙시장에 진입한 데다가, 혁신적인 기술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