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은 옷감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앞으로 전자부품용 소재·화학 제품 같은 사업에서 더 많은 매출과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일모직 황백 사장은 "신성장 사업에 회사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말한다. 제일모직은 올해 5조원의 매출 목표 가운데 75%인 3조7000억원을 전자소재와 화학제품 분야에서 달성할 계획이다.
◆어느새 새로운 기업으로
패션·식음료 등 유통기업들이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급속한 소비자 취향 변화와 시장 재편에 따라, 새로운 사업들을 선제적으로 내놓아 성공시키고 있는 것. 특히 일부 기업들의 경우 회사 이름을 낳았던 본래 사업보다 신규 사업 매출이 훨씬 커지는 '주력 사업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제일모직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전자소재 매출이 패션 매출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지난해까지는 패션 매출 1조2245억원, 전자소재 매출 1조2094억원으로, 패션이 근소한 우위를 지켰으나 올해는 이런 순위가 뒤바뀌는 것. 전자소재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화면표시장치) 제조에 필요한 물질이나 재료를 만드는 사업이다. 제일모직은 이에 앞서 지난 2000년대 중반 화학제품 사업(디지털TV·휴대폰의 케이스나 틀 등을 만드는 사업)을 매출 기준 회사 최대 사업으로 키운 바 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패션·섬유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오래전부터 고부가가치 신성장동력을 찾은 결과"라고 말했다. 제일모직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07년 경기도 의왕에 연면적 3만3000㎡ 규모의 통합 연구개발센터를 준공, 첨단 신소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신사업이 회사 매출도 높여
광동제약의 경우 음료 시장에서의 잇따른 히트로, 회사 매출이 음료 사업 시작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광동제약 연 매출은 2000년대 초반 1000억원이 채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는 약 2800억원까지 늘었다. 2800억원 가운데는 음료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 등의 매출이 1700억원이나 된다. 나머지 1100억원 정도가 기존의 제약 부문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광동제약을 제약사가 아닌 음료회사로 분류하기도 한다.
식품업체들 역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면서 기존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부업으로 시작한 라면 사업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00년대 초 연 700억원에 그쳤던 라면 매출이 지난해 135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면서, 회사 매출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라면을 주문받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라면 매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주력제품인 전통주 매출 하락으로 고민하던 국순당도 지난해 출시한 막걸리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올해는 매출의 약 40%를 막걸리에서 올리고 있다.
기업들은 변신을 추구하면서도 기존 사업에서의 경쟁력도 놓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패션부문에서도 뉴욕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올해 매출을 작년보다 늘려잡는 등 성장 전략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김형주 연구위원은 "소비자 감성과 취향이 급속도로 변하는 유통 분야 기업일수록, 시장 트렌드를 한걸음 앞서가는 능력과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