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말레이시아 등에서 들어오는 이슬람 자본이 국내 자금시장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국내 채권금리의 하락으로 달러캐리 자금 유출 조짐이 나타나면서 이슬람 머니가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9일 코스콤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실제 데이터가 집계되기 시작한 지난 2007년 10월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이슬람 머니가 대규모로 들어오고 있다. 2007년 10~12월까지 3개월간 국내에 유입된 이슬람 자금은 1289억원. 이듬해인 2008년에는 3조239억원으로 대폭 늘었고, 2009년에도 3조1903억원이나 들어왔다. 올 1월에도 1227억원가량이 유입됐다. 다만 채권자금은 아직 국내의 관련법이 미비해 유입되지 않고 있다.
이슬람 자금이 몰려오는 이유는 이슬람 국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고유가 시절에 벌어들인 달러 자금의 해외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면서 한국 투자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시장에서 이슬람 채권 발행규모도 지난 2000년 3억달러 수준에서 2007년에는 364억달러로 연간 95%씩 급증하고 있다. 영국 및 홍콩과 같은 국제금융 중심 국가들은 국내법까지 개정하면서까지 이슬람 금융의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슬람 자금은 최근 유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달러 캐리트레이드 자금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달러 캐리트레이드는 저금리로 달러 자금을 조달해 고금리 국가의 통화와 주식 등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대규모로 유입되며 국내 증시 상승 배경이 됐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재할인율 인상으로 달러 조달 비용이 커질 전망인 데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유로화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자 달러화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달러캐리자금 청산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갑작스러운 달러캐리 자금 청산은 외환유동성 부족 사태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달러에 편중된 외환시장 관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대안으로 이슬람자본이 급부상하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사태 이후 미국과 유럽 금융회사의 손실을 방어한 자본은 달러도 유로화도 아닌 이슬람 자본이었다. 아부다비투자청 등 중동지역의 국부펀드들이 서구 금융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국제금융시장의 안전판으로 등장한 것이다.
폴 마로타 뱅크오브뉴욕멜론 아태지역 영업총괄 전무는 "이슬람채권은 다양한 유동성 확보차원에서 발행자나 투자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대안"이라며 "구조적으로도 안정적이어서 한국 금융시장이 한 단계 진화해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사들도 이슬람 채권 발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아부다비투자청 관계자를 서울로 초청하는 등 이슬람 채권 발행을 돕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증권사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이슬람금융팀을 구성해 말레이시아와 중동의 투자자 네트워크를 구성한 상황이다.
이율희 한국투자증권 이슬람금융팀장은 "지난 2월 국회에서 무산된 이슬람 채권 투자 촉진 관련법을 오는 4월에는 꼭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달러캐리트레이드(dollar carry-trade)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아진 미국 달러화를 빌려 다른 통화로 표기된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고수익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캐리트레이드는 대상 국가의 기준금리가 인하돼 채권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거나, 금리인하 이전에 통화가치가 절하될 경우 활발해진다. 나중에 금리가 인상돼 통화가치가 올라가면 이익을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