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이제 의약 산업이 인생의 '레슬링 매트'입니다. 금메달 대신 최고경영자로 인생에서 진정한 성공을 이뤄내고 싶습니다."

허준영(41) 마이팜제약 회장의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다. 그의 오른쪽 귀는 끝이 뭉툭하다. 치열한 몸싸움을 겪는 레슬러 특유의 '훈장'이다. 그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을 준비하는 그레코로만형 56㎏ 이하급 국가대표 레슬러였다.

그러나 같은 해 운동 중 무릎인대 부상을 당하면서 인생항로가 바뀌었다. 그가 변신한 제2의 인생은 제약회사 영업사원. 95년 근화제약에 입사한 그는 영업사원 150명 중 3개월 만에 실적 1위를 차지했다. 그는 "당장 물건을 팔아 달라고 매달리기보다는, 체력을 바탕으로 24시간 뛰면서 의사·약사와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쌓은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는 98년 퇴사 전까지 1만여명을 주소록에 올리고 시간을 쪼개 관리했다.

국가대표 레슬러 출신으로 제약업체 최고 경영자에 오른 허준영 마이팜제약 회장. 그는“제약업을 인생의 새로운‘매트’로 여기고 도전해 창업 11년 만에 매출 500 억원대 기업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자신감이 붙은 그는 한 번 더 변신했다. 99년 의약품 도매업체 한국마이팜을 설립해 직접 사업에 나선 것. 그가 선보인 약국 체인 '마이팜약국'은 성공적이었다. 2년 만에 가맹점이 600곳이 넘었다. 내친김에 2001년에는 아예 제약업체 반도제약을 인수했다.

그러나 그의 사업에도 어려움이 닥쳤다. 그는 "급속하게 덩치를 불리다가 비용과 매출 양쪽에 거품이 생겼다"고 말했다. 2005년에는 부도 위기까지 몰렸다.

그가 어려움을 돌파한 비결은 '팀 정신'이었다. "정말 팀으로서 어려움을 견딜 사람만 남도록 하고, 다른 인원들은 미련없이 보냈습니다." 허 회장은 남은 직원들과 신상품을 연구하고 밤을 새워 영업에 나섰다. 이라쎈(태반영양제), 멜스몬(태반주사제) 같은 태반 유래 의약품이 주된 매출원이었다.

또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씨, 1984년 LA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김원기씨, 문대성 IOC 위원 등이 마이팜제약 홍보에 나섰다.

결국 마이팜제약은 위기를 벗어났고, 현재는 매출이 500억원대에 달한다. 허 회장은 "마이팜약국에 편의점을 입점시켜 소비자와 약사가 윈윈할 유통구조를 만들겠다. 또 태반제제를 바탕으로 신약 개발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