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을 중심으로 한 해외 원자력발전 시장을 잡아라!"
작년 말 200억 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原電)사업을 수주한 에너지 기업들이 글로벌 원전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심에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있다. 두 회사는 국내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해외 원전시장, 특히 중동을 집중공략하고 있다.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과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대한민국의 '원전 강국(强國)'으로 도약을 진두지휘하는 주인공이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
지난해 UAE 원전 수주에 성공한 한국전력 김쌍수 사장은 이후 UAE 원전사업 성공을 위해 최근 이 사업을 전담할 UAE사업총괄부를 만들고 변준연 해외사업본부장을 책임자(부사장)로 앉혔다. 중동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을 공략한다는 포석에서다. UAE 이후 김 사장의 발걸음은 중동을 중심으로 탄력이 붙고 있다.
UAE 원전 완공 후에도 60년 동안 원전 운영과 핵연료 공급을 주도적으로 맡게 될 한전은 앞으로 중동지역 국가들이 원전을 추가 도입하면 UAE가 관련 기자재를 공급하는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 사장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전력공사 사장을 만났다. UAE 원전 수주를 계기로 중동 공략이 용이해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중동에서의 성공은 터키와 인도 등 주변 지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들 국가에서 원전과 관련한 자료를 문의하고, 한국 내 진행 중인 원전 건설현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장기적으로 이들 나라에서 거대 원전시장이 펼쳐질 것으로 판단한다. 그는 장기적 안목에서 작년 8월 인도원자력공사와 원전사업 상호 협력협정(MOU)을 체결했고, 최근에는 한국신형원전(APR1400)의 경제성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김 사장은 원전 사업과 연계해 향후 5년간 10조원 상당의 우라늄을 구매하는 등 자원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김 사장은 최근 프랑스로 날아가 UAE 원전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아레바사와 우라늄 광산 공동개발협력협정을 맺었다. 그는 "원자력을 포함한 녹색산업이 향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중동을 중심으로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는 목표를 세웠다. 김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외 원전사업과 원전서비스 사업 등을 핵심축으로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을 만들 것"이라며 "2020년까지 매출 760억 달러를 달성해 제너럴 일렉트릭(GE) 같은 글로벌 컴퍼니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300기가 넘는 신규 원전 건설이 예상된다"며 "2020년까지 10기 이상의 해외 원전을 수주하겠다"고 강조했다.
◆원전 독자기술 개발 주도
"원전 독자기술 개발을 서둘러 UAE를 중심으로 요르단 등 중동지역과 터키, 루마니아, 인도, 베트남 등 전 세계에 원전기술을 수출하겠다."
원전 기술 자립을 주도하는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중동시장에서 기술력이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UAE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을 경우, 다른 국가로의 진출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독자기술'로 인정받는 게 관건인 것이다.
때문에 김 사장은 요즘 틈만 나면 "이제 미국과 프랑스, 일본을 제칠 독자기술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UAE 원전 수주 실패 이후 미국·프랑스·일본 등 원전 선진국들이 우리나라를 이기기 위해 집중 분석하고 있다.
김 사장은 우선 2012년 10월까지 원전기술 자립도 100% 달성 목표를 세웠다. 노심 설계 코드는 이달까지, 안전해석 코드는 2010년 10월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2015년과 2016년쯤 완공 예정인 신울진 원전 1·2호기엔 국산 원전계측 제어시스템(MMIS)을 적용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기술 자립에 성공한다면 기존에 한수원이 가진 노하우와 합쳐 경쟁력은 배가된다. 한수원은 이미 세계 최초로 강판 콘크리트 구조(SC) 모듈화 공법을 개발했다. 과거엔 거푸집을 대고 철근을 뼈대로 건설한 반면, SC 모듈화 공법은 철판을 주요 모듈로 활용하는 공법이다. 선진국보다 2년 이상 앞선 이 기술은 한수원이 신고리 3·4호기에 부분 적용하고, UAE 원전에도 사용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원전 전문인력 양성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나라 안팎에서 원전 건설이 계속 진행될수록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며 "2~3년 안에 3000명 정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사장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 원전 전문 건설 인력 600여명, 운영분야 인력 400여명 등 모두 1000여명을 키우기로 결정했다. 지난해에도 600여명의 전문 인력을 양성했었다.
뿐만 아니다. 조직 능력 극대화를 위한 조치들도 강화하고 있다. 김 사장은 매년 한 차례씩 원전 이용률을 높이고, 정지율을 낮추기 위한 다짐대회를 열고 있다. 여기서 가동률과 불시정지 건수를 목표로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은다. 이러한 작은 노력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운영능력을 확보하게 된 밑거름이 됐다. 김 사장은 이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최근 공기업 사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연임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