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29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시내의 한 호텔에는 현대건설 경영진이 모두 출동했다. 전날까지 엿새 동안 카타르·쿠웨이트·사우디 등 3개국 해외 현장 10여곳을 돌며 강행군을 했던 김중겸 사장을 비롯해 국내에서 본부장과 실장급 등 최고위 중역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작년 말 수주했던 원전(原電)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전략회의를 위해서였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10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에서 김 사장은 "공기 단축은 물론이고 품질, 안전성 등에서 완벽하게 준비해 앞으로 나올 다른 원전 공사 수주의 시금석이 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올 들어 해외 건설이 침체에 빠진 국내 건설업계의 구세주로 떠오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달러 박스'로 불리는 중동(中東)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 한해 중동에서만 약 3000억달러 규모의 각종 건설 공사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은 우리의 텃밭"
GS건설 허명수 사장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다녀왔다. 허 사장은 이번 출장에서 지난해 LOA(발주의향서)를 접수한 루와이스 정유공장 확장공사 계약식에 참석했다. 이 공사는 UAE의 국영 ADNOC 자회사인 타크리어(Takreer)가 지난해 발주한 사업으로 100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
GS건설이 이 사업에서만 30억 달러가 넘는 물량을 단독 수주하면서 다른 사업 수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허 사장은 최근 2~3년간 공격 경영으로 중동 시장에서 높아진 GS건설의 인지도를 활용해 올해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허 사장은 "지난해 전체 수주액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렸다"면서 "올해도 중동은 물론이고 중남미와 아프리카 시장으로 진출 지역을 다변화해 6조원 이상의 수주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진출의 맏형격인 현대건설 김중겸 사장은 작년 말 UAE 원전 수주를 계기로 올해 중동 시장에서 한층 공격적인 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해외 수주 목표를 지난해(45억달러)의 3배에 가까운 120억 달러로 잡았다.
그는 쿠웨이트와 UAE,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 4개국을 가장 유력한 시장으로 본다. 김 사장은 "사우디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사가 앞으로 5년간 총 10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공사를 발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원전 추가 수주를 위해 원전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직원을 늘리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대우건설 서종욱 사장도 올해는 '해외 건설 명가 재건'을 목표로 연초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올해 전체 매출대비 해외건설 비중을 최고 35%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경쟁업체보다 경쟁력이 높은 LNG와 발전소 분야를 중심으로 영업 활동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중동은 물론 리비아, 나이지리아, 알제리 등 거점 국가에서 수주 확대를 꾀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대우건설은 기계·전기분야 중심으로 엔지니어 150여명을 신규 채용하는 등 인력도 대폭 보강할 방침이다. 서 사장은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 위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령탑 교체해 "공격 앞으로"
지난해 해외 수주 실적이 4500억원에 그쳤던 삼성물산은 작년 말 사령탑을 정연주 사장으로 바꾸면서 올해 공격적 수주를 벌이고 있다.
정 사장은 "철저하게 데이터와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에 기반을 둔 수주 전략을 펼쳐 양과 질 모두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증권가에선 올해 삼성물산의 해외 수주액이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화는 지난해 말 김승연 회장이 직접 해외 수주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김현중 사장이 중동 중심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달 18일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해 알제리·리비아·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아프리카 5개국을 도는 강행군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