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블랙박스가 인기다. 얼마 전까지 택시 트럭 등 상용차 중심으로만 이루어졌던 판매가 최근엔 자가용까지 확대되고 있다.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블랙박스가 '제3의 목격자'로 증거자료 확보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례가 알려진 덕분이다. 특히 최근 자동차 급발진 사고 등 원인 규명이 어려운 일로 소비자가 큰 피해를 당할 경우, 블랙박스 저장 내용이 소비자 과실이 아님을 증명해주는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사례가 있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차량의 전체 운행 상황을 촬영·저장하는 기기다. 영상 기록을 위한 카메라, 음성 녹음을 위한 마이크, 정보 저장을 위한 본체로 구성된다.

이 외에 주차 중 차량에 손상을 입거나 물건을 도난당할 때 범인을 찾기 위한 용도로 블랙박스를 장착하는 운전자도 늘고 있다. 또 보험료 할인혜택도 받을 수 있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차량 전면 유리창의 안쪽 위에 장착된다. 운행 중 상황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은 물론, 위치정보, 속도, 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을 함께 기록한다. 교통사고 발생시 원인 규명에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 탑승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 위쪽 사진은 현대모비스의 차량용 블랙박스, 아래쪽은 서울시가 개인·법인택시를 대상으로 부착하기로 한 차량용 블랙박스의 기록상황을 컴퓨터로 재생한 것이다.

◆10만~100만원대까지 다양… 가격경쟁 점차 심해지는 추세

사고 상황에 대비해서 또는 보험료 할인을 통한 재테크 방법으로 블랙박스 구입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아직 가격이 만만치 않다. 10만원에서 40만원대의 제품이 주종이며, 1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제품도 있다.

또 그 기능도 천차만별이다. 10만원대 제품의 경우 기본적인 카메라와 저장장치만 갖추고 있는 것들이 많다. 전방 주행방향 촬영과 GPS 위치정보 저장 정도만 지원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기능을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블랙박스는 카메라 수에 따라 1채널, 2채널, 4채널 등으로 구분되는데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4채널 제품은 40만원대다. 실내·외 촬영기능을 지원하고 별도 배터리로 주차 중에 주변 상황도 녹화할 수 있다. 야간녹화 및 고해상도 녹화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은 좀 더 비싸다.

업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면서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것도 사실. 블랙박스 생산업체 아몬은 이달부터 주차 감시녹화를 20시간까지 지원하고 차량 주행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S7 시즌2'를 10만원대에 선보이며, 올해 상반기 안에 기능이 충분한 제품들의 가격이 10만~20만원대까지 잇달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차보험 약 3% 할인혜택… 할인만으로는 경제성 아직 부족해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블랙박스를 장착한 차량에는 자차보험료 일부를 깎아주고 있다.

여러 손보사들은 블랙박스가 장착된 사고차량의 경우 정확한 손해사정이 가능해져 사고비용이 줄어드는 점에 착안, 블랙박스 장착차량에 대해 특별요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기기 장착차량은 운행기록이 블랙박스에 저장되기 때문에 운전자가 안전운전을 하는 경향이 높아진다는 점도 있다. 작년 3월 더케이손해보험은 블랙박스를 장착한 차량에 자차보험료를 3% 할인해주는 상품을 출시했다. 이후 현대하이카다이렉트, 삼성화재 등도 뒤를 따랐다.

그러나 블랙박스 가격이 최소 10만원대이기 때문에 아직 보험료 할인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만 블랙박스를 구입하기는 경제성이 떨어진다. 블랙박스 장착 특별요율을 적용받더라도, 가입자가 받는 할인 혜택은 연간 몇만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보험료 할인을 위해 블랙박스를 구입하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며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려운 교통사고로 곤란을 겪은 사람들이 사고 재발시 대비책으로 블랙박스를 구입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정의 아직 불분명… 제도정비·개선 필요

아직 블랙박스의 정의조차 모호하다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인터넷 판매사이트에서는 영상기록 저장만 가능한 기기도 차량용 블랙박스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표준원의 국가규격에 따르면 이러한 제품은 블랙박스로 인정받기 어렵다. 기술표준원은 차량용 블랙박스에 대해 '자동차 사고 발생시의 영상기록, 차량의 주행거리, 속도, 방향, 브레이크 작동, 안전띠 착용 유무 등 관련 데이터를 저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록하는 것이 블랙박스가 교통사고의 시비를 가리는 데 제 구실을 하려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량용 블랙박스 생산업체인 제이콤의 김용주 부장은 "차량용 블랙박스도 비행기용 블랙박스처럼 가속 여부, 문의 열림과 닫힘, 엔진회전 수(rpm), 브레이크 사용 등의 정보까지 모두 기록하도록 요구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손보사 중에서도 국가규격에 맞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곳은 에르고다음다이렉트가 유일하며, 다른 보험사들의 경우 블랙박스의 성능을 정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어, 추후 분쟁의 소지마저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지적이 계속되고 있어 관련 규정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미 판매됐으나 기능이 불충분한 블랙박스의 경우, 앞으로는 더 이상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소비자원 김종훈 부장은 "차량용 블랙박스는 아직 가격이 비싸고 보험료 할인 기준도 완비돼 있지 않은 상태"라면서 "현재 다양한 제품이 개발되고 있고 보급이 확대되면 기준도 곧 개선·정비될 것이기 때문에 본인의 필요성과 경제성을 비교하면서 구입시기를 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