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지난해 8월 말 이후 최근 6개월 동안 1520과 1720 사이를 오가며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시가 오르내림을 거듭하며 한동안 숨을 고르는 와중에도 업종별 등락률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 대표적으로 두산중공업 등이 속한 기계업종은 이 기간 20% 넘는 상승세를 기록한 반면, 의약업종은 15%가 넘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박스권 장세 당분간 이어질 듯
종합주가지수는 지난해 9월 22일 1718.88까지 올랐다가 두 달여 만에 두바이 국영기업의 모라토리엄(채무 상환 유예) 소식에 1524.50까지 떨어졌다. 이후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 호전 전망에 지난달 21일 1722.01까지 올랐지만 'G2(미국·중국) 악재' 등이 불거지면서 다시 보름여 사이에 1552.79까지 떨어졌다. 특히 올해 들어선 사흘 이상 연속 상승하거나 하락한 경우가 각각 한 번에 불과할 정도로, 증시가 뚜렷한 방향성 없이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상황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 같은 박스권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가가 내리더라도 연기금이나 개인의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1500선이 쉽게 깨지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1700선을 뚫기에는 시장 에너지나 모멘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주요 기업이 1분기에 좋은 실적을 올렸다는 사실이 확인되거나 해외 경기 회복이 가시화될 때까지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현재의 장세가 상승기에 나타나는 중기 조정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오재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정 기간이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정도 지속했다면 다음 달에는 반점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증시가 반등할 때마다 주식을 팔기보다 조정을 받을 때마다 매수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 순환매 전략 유효할 듯
종합주가지수가 최근 6개월 동안 1% 내리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업종별 수익률은 편차가 적지 않다. 두산그룹 관련주나 철강주, 한동안 소외당하던 전력주나 통신주를 매매한 투자자는 재미를 봤겠지만, 의약주나 금융주를 매매한 투자자는 수익률이 신통찮았다. 실제로 이 기간 원자력 수출이라는 호재를 맞은 기계·전기가스업종은 상승률이 10%를 넘었고, 스마트폰 확산에 따라 KT가 속한 통신업종도 5%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박스권 장세가 지속되면서 증시 주도주가 재편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기계·철강업종은 견조한 흐름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지만, 전기가스·통신업종의 조정폭은 점점 깊어지고 있기 때문. 특히 한국전력이 속한 전기가스나 통신업종은 기존 매수주체였던 투신 등 기관이 대거 매도에 나서는 등 기관의 종목 교체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김중현 연구원은 "이달 들어 기관의 순매수 상위 종목인 포스코·현대중공업·삼성전기·KB금융·대한항공·두산중공업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기관이 순환매에 나설 때 이를 따라 하는 대응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SK증권도 증시의 방향성이 모호할 때는 업종별 단기 매매 전략이 유효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증권사 감민상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음식료·은행·운수장비·보험 등으로 매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