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검토 의사를 밝힌 지 닷새 만에 '인수 참여 포기'를 최종결정했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과 미국계 컨소시엄인 TR아메리카, STX까지 가세하며 달아오를 것 같던 대우건설 인수전이 다시 냉각되며 표류할 가능성도 나온다.
동국제강과 TR아메리카측도 아직 인수와 관련해 구체적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STX는 22일 조회공시를 통해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달 17일 "해외사업 전개 및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확대를 위해 대우건설 인수 참여를 검토 중"이라고 공시한 뒤 5일 만에 인수 불참으로 선회한 것이다.
◆닷새 만에 왜 철회했나?
STX 고위 관계자는 "실무진 차원에서 대우건설 인수 타당성 여부를 검토했을 뿐인데 시장에서 인수에 참여하기로 확정된 것처럼 너무 앞서 나가서 입장을 서둘러 정리했다"며 "타당성 검토 결과 우리의 기존 사업 내실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STX가 인수 불참 결정을 내린 데는 대우건설 인수와 관련해 제기되는 재무적 안정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가 대우건설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조성하는 사모펀드(PEF)에 가장 많은 지분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인수 경쟁이 붙을 경우 1조5000억원 이상을 집어넣어야 할 가능성도 있었다.
물론 STX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작년 연말 3조6000억원으로 적지 않지만 부채도 만만찮다. 작년 3분기 말 그룹 총부채는 15조원(조선 선수금까지 포함) 규모였다. 더구나 주력 업종인 조선과 해운이 불황에 빠져 있는 데다, 유럽 크루즈선 제조업체인 아커야즈 인수와 중국 대련의 조선해양기지 건설 등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부담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상태다. 때문에 지난 17일 '대우건설 인수 검토 중'이라는 공시가 나오자, STX그룹의 5개 상장사 주가는 하루 만에 2.53~5.86%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인수 불참'을 공시한 22일 STX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TX의 주가는 6.75%나 급등했다. STX팬오션도 7.17% 오르며 지난 16일 종가(1만1950원)를 회복했다.
◆대우건설 인수 효과에 의문
지난 연말 대우건설 매각이 1차 실패한 데 이어, 인수 검토 작업을 했던 STX도 인수 불참을 최종 결정하면서 대우건설 매각이 장기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력 인수자가 나서지 않는 것은 매물(대우건설)이 그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후 서울역 앞 대우빌딩을 모건스탠리에 9600억원에 매각하는 등 알짜배기 자산과 자회사를 상당수 매각했다. 또 대우건설은 은행대출과 보유현금 등 9344억원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대한통운 인수에 참여해 현금흐름도 악화됐다. 최근엔 차임금 이자만 연간 1250억원에 달한다.
대우건설이 수주한 사업의 수익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매출이 7조974억원으로 전년 대비 7.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6.2% 감소했다. 주원인은 해외 공사 저가 수주가 많기 때문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한다.
한편, 대우건설 인수 의사를 밝혔던 TR아메리카는 금호측이 시한으로 제시한 22일까지 인수 확약서(LOC)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TR아메리카측은 지난해 대우건설 매각 작업 때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채권단이 자금조달 능력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최종 매각이 불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