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주요통신업체들이 '타도 애플' 연합전선을 구축함에 따라 스마트폰(PC기능을 갖춘 휴대폰)시장의 지각변동이 시작될 전망이다.

SK텔레콤·KT를 포함한 세계 24개 통신사는 15일(현지시각)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Mobile World Congress)'에서 애플의 앱스토어에 대항해 '도매 애플리케이션 커뮤니티'(WAC·Wholesale Application Community)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미국 AT&T와 NTT도코모(일본) ·FT(프랑스)·DT(독일)·텔리포니카(스페인) 등 각국을 대표하는 통신사들은 내년 1월 WAC 서비스를 시작한다. WAC에 참여하는 통신사 서비스 이용자는 30억명에 이른다. 이들 통신사 서비스 이용자들은 WAC에서 휴대전화의 종류와 상관없이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다. 애플은 10만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갖춘 앱스토어를 통해 스마트폰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 성균관대 이관민 교수는 "WAC에 단기간에 애플 앱스토어를 뛰어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모일 가능성이 있어, 스마트폰시장의 주도권 변화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LG전자·소니애릭슨 같은 휴대전화 제조업체도 WAC에 참가의사를 밝혀 애플을 긴장시켰다.

통신사들이 독자적으로 거대 앱스토어인 WAC를 만든 이유는 애플에 빼앗긴 콘텐츠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이다. 누구나 애플 앱스토어에 콘텐츠나 프로그램을 올려 돈을 벌 수 있지만 그 판매 수익의 30%는 애플이 가져간다. 앱스토어가 등장하기 전에는 그 30%를 통신사가 거둬갔다. 통신사의 가장 큰 수입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콘텐츠·프로그램 판매 수수료. 통신사 입장에선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내 주머니로 들어 올 돈을 가로채고 있는 것이다.

통신사뿐 아니라 휴대전화 제조업체들도 애플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2007년 처음으로 휴대전화를 판매하기 시작한 애플은 작년 자사의 스마트폰(PC 기능을 가진 휴대전화)인 아이폰을 2500만대(점유율 2.2%) 팔았다. 노키아(4억3200만대 판매)나 삼성전자(2억2700만대)와 비교하기 어려운 숫자다. 그러나 세계 최대 이통통신 전시회인 MWC에 참석하기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모인 전세계의 통신업계 강자(强者)들은 대놓고 애플을 '공공의 적'으로 취급했다. 그 이유는 불과 3년 전 휴대전화 사업에 뛰어든 애플의 작년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이 12%(세계 4위)였기 때문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약 5조원으로 세계 2위 휴대전화 업체인 삼성전자(4조1000억원)보다 많고, 1위 노키아(약 5조2000억원)와 맞먹는다. 애플은 작년 아이폰을 앞세워 고가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자들을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몰아쳤다. 스페인에 모인 기존 통신업계 강자들은 이에 맞서 반(反)애플 연합전선을 만들고 반격을 선언했다.

토마스 리처 삼성전자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부장이 14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삼성이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 '바다'를 채택한 새 스마트폰'웨이브'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자체 개발 바다 OS 첫선

애플의 영향으로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이제 하드웨어만큼 소프트웨어(운영체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이폰보다 더 좋은 고가 하드웨어를 사용한 제품이 소비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소프트웨어에서 뒤지기 때문이란 평가다.

삼성전자는 이날 행사장에서 독자 개발한 첫 스마트폰용 운영체제(OS) '바다'와 바다를 사용한 스마트폰 '웨이브'를 공개했다. 바다의 특징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바다가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묶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멀리 있는 친구에게 선물을 보내고 싶을 경우, 휴대전화 위치찾기 기능(LBS)을 이용해 친구의 현재 위치를 찾은 다음, 그 주변에 있는 상점에서 물건을 결제하고(전자결제) 친구에게 '상점에 들러 가져가라'는 문자(SMS)를 보내는 과정을 한꺼번에 처리해주는 소프트웨어를 쉽게 만들 수 있다.

또 웨이브는 기존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보다 5배 선명한 '수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세계 최초로 사용한 제품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신종균 사장은 "'웨이브'는 삼성의 하드웨어 기술력과 '바다'란 삼성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합쳐 놓은 '삼성 모바일 DNA'를 담은 스마트폰"이라고 말했다.

삼성 OS 탑재한 스마트폰 웨이브3 15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 전시회 MWC 행사장 내 삼성전자 전시장에서 도우미들이 삼성전 자가 만든 운영체제'바다'를 탑재한 스마트폰'웨이브'를 들고 있다.

MS, '윈도폰'으로 애플·구글에 반격 나서

마이크로소프트(MS)도 '타도 애플 전선'에 동참했다. MS의 CEO 스티브 발머는 이날 애플에 대항하기 위해 스마트폰 운영체제 '윈도모바일7'을 발표했다. MS는 MWC 행사장 곳곳에 '윈도폰'(Windows Phone)이라고 쓴 광고물을 걸었다. 윈도는 MS의 스마트폰 OS 이름. MS는 지금까지 '윈도폰'이란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안드로이드폰'이라는 이름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나간 구글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윈도모바일7'은 MS가 준비하고 있는 비밀무기. 새로운 윈도폰은 사용자의 동작을 읽는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인터넷 문서를 볼 때 단말기를 왼쪽으로 흔들면 이전 페이지로 돌아가고, 오른쪽으로 흔들면 다음 페이지가 열리는 식이다. PC용 운영체제 '윈도7'과 'MS오피스'의 궁합이 잘 맞아 PC에서 작성한 문서를 휴대폰에서 그대로 이용하는 등 호환성이 높다는 점도 강점이다.

☞ 앱스토어

애플의 휴대전화 아이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장터. 앱스토어에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아이폰의 최대장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