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미국 월가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餘震)이 또 발생했다. 지난해 2월 동유럽 금융위기와 11월 말 두바이 사태에 이은 3차 여진이다.
이번 3차 여진은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재정상태가 취약해진 소위 'PIGS'라고 불리는 남유럽 국가에서 비롯됐다. 4일(현지시각) 그리스를 비롯 포르투갈·스페인 등의 증시가 폭락하면서 세계 금융불안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남유럽 증시 폭락은 그리스에서 시작됐다. 심각한 재정적자로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그리스의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임금 동결 방안이 확정됐다는 소식에 공기업 노조가 포함된 노동단체들이 총파업을 선언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 소식이 남유럽 국가들의 연쇄 부도 우려를 낳으면서 유럽 투자자들이 주식을 투매했다.
그리스 증시가 3.33% 급락했고, 포르투갈(-4.98%)·스페인(-5.94%) 등 재정상태가 나쁜 국가들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이날 금융시장 불안은 유럽 전체로 급속히 퍼졌다.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유로화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가 대두되면서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국 증시도 2% 이상 떨어졌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EU 차원의 공동대책(남유럽 국가 재정지원안)을 내놓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라는 불평이 쏟아져 나왔다. 장클로드 트리셰(Trichet)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미국의 재정적자는 GDP(국내총생산)의 10%가 넘지만,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국)의 재정적자 비율은 6%도 안 된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유럽증시는 다음 날인 5일(현지시각)에도 급락세로 출발했다. 그리스 증시가 장중 한때 4% 넘게 폭락하는 등 유럽 주요 증시가 1~4% 급락세를 보였다.
남유럽발 주가폭락 사태는 세계경제가 다시 급속히 악화되는 더블딥(double dip·이중 침체)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감을 증폭시키며 전 세계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4일(현지시각) 미국 증시에선 유럽 국가 재정위기와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과 달리 증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한때 10000선 이하로 곤두박질치다 전날보다 268.37포인트(2.61%) 떨어진 10002.18로 마감했고, S&P500지수(-3.11%)와 나스닥지수(-2.99%)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튿날인 5일 미국 증시는 1월 실업률이 예상치보다 호전됐다는 소식에 힘입어 소폭 상승 출발했지만 이후 등락을 거듭했다.
5일 서울 주식시장의 코스피지수는 49.3포인트(3.05%) 급락한 1567.12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3.65% 급락했다. 대만과 일본증시가 각각 4.3%와 2.89% 하락했고, 중국·홍콩 증시도 1~4% 급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9원 급등한 1169.9원으로 마감했다.
남유럽발 금융불안이 회복 기미를 보여온 세계 경제에 다시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원유·금 등 상품가격도 급락세를 보였다.
씨티그룹의 수석 투자전략가 토비아스 레프코비치(Levkovich)는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전 세계 주식·상품 투자자들로 하여금 2008년의 악몽을 되살리면서 위험자산으로부터의 탈출 현상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 PIGS
서구 언론들이 재정 위기에 빠진 유럽의 포르투갈·이탈리아(또는 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의 영문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 이들 국가는 대규모 재정적자, 높은 실업률에 허덕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입력 2010.02.06.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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