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영화 최초로 국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영화 '아바타'에 대한 관심으로 게임 업체들도 3D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아바타'에서 주인공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치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경험을 제공했다면, 게임 업체들은 시각적인 효과뿐 아니라 자신이 직접 게임 속 '아바타'의 주인공이 돼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영화는 주체가 아닌 제삼자의 입장에서 간접적인 경험만을 할 수 있다. 반면 게임은 사용자가 자신의 의지에 따라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괴물을 때려잡거나 다른 사용자와 교감을 나눌 수도 있다. 게임업체들이 3D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다.

사용자의 몰입이 높아질수록 사용자가 느끼는 재미는 배가되고 이는 작품의 판매로 이어진다.

엔씨소프트의 대표작 아이온. 지난해 '지스타 2009'에서는 관람객들이 3D 입체화면으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엔씨소프트 제공

◆엔비디아 등 하드웨어 업체 "준비 완료"

우리나라에서 3D 게임이란 단어가 일반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 리니지2가 등장할 무렵부터다. 엔씨소프트는 2D 게임이었던 리니지의 후속작을 3D로 만들어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등장한 많은 게임도 3D란 수식어를 단 상태로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이 '3D 게임' 화면은 요즘 이야기하는 '3D 입체영상'과는 전혀 다르다. 요즘 3D 입체 영상은 화살이 화면을 뚫고 날아와 얼굴에 부딪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이른바 3D 게임 영상은 그런 입체감이 없다.

엄밀한 의미에서 지금까지 3D 게임의 3D 영상은 '3D 레디(Ready)' 상태를 의미한다. 3D 레디란 당장은 2D로 보이지만 특정한 조건만 갖추면 3D로 볼 준비가 끝난 콘텐츠란 의미다. 3D 레디 게임 영상을 3D 입체영상으로 보기 위해서는 3D 모니터와 3D 안경 등 시청 장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세계 최대 그래픽 카드 업체인 엔비디아가 주목을 받는다. 엔비디아는 최근 국내에 3D 입체영상 체험존을 오픈했다. 3D 모니터와 안경 등 장비가 갖춰진 체험존에선 3D 레디 상태인 게임 화면이 진정한 3D 입체화면으로 보인다.

현재 엔비디아 체험존에서는 미국 게임사들이 만든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 PC용 게임 '바이오하자드5' 등을 '3D 입체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 이 게임들은 기존 3D 영상을 3D 입체 영상으로 보기 좋게 최적화 작업까지 마친 상태다. 말하자면 3D 레디 상태로 만들어 놓은 게임 콘텐츠를 다듬어 3D로 구현할 때 입체감을 최대한 살려 놓은 것이다. 사실상 2D인 기존 3D 게임 영상이 아니라 3D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다.

엔비디아 체험존에서 3D 입체화면으로 즐길 수 있는 1'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2스포츠 온라인 게임 '피파온라인2' 블리자드·네오위즈게임즈 제공

◆국내 게임 업체들도 3D 준비 중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아직은 본격적으로 3D 입체영상 게임을 만들지 않고 있다. 수요도 많지 않고 3D 입체영상을 컴퓨터로 보려면 추가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일단 3D를 지원하는 모니터와 3D 안경 가격이 만만치 않다. 작년 삼성전자가 출시한 3D 모니터는 같은 사양의 일반 모니터보다 10만원 정도 비싸다. 추가로 3D 안경 등이 들어 있는 '3D 키트'(약 28만원)도 사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3D 입체 영상은 오래 보면 눈이 피곤하고 심지어 어지럼증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한 게임 업체 관계자는 "온라인게임의 경우 영화와 달리 장시간 집중하기 때문에 입체영상으로 눈의 피로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입체영상에 관심이 적은 것은 이런 온라인게임의 특성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내 게임업체들이 최근 만든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 그래픽은 이미 3D로 만들어져 있다. 말하자면 3D 레디 상태이다. 3D 최적화 작업만 마치면 게임을 하다 쏜 총알이 내게 날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일부 국내 게임업체들은 3D 게임 출시를 구체화하고 있다. 실제 작년 '지스타 2009' 행사장에선 현재 큰 인기를 끄는 국산 온라인 게임들의 3D 버전이 등장했다.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대표 게임인 '아이온'을 관람객들이 3D 입체화면으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엔비디아 코리아 조혁 부장은 "3D 안경을 통해 본 화면에서 상당한 수준의 입체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경광호 과장은 "3D 입체영상의 시장 상황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게이머가 3D 시청용 장비를 사고, 장비가 발전해 눈의 피로도가 줄어들면 게임업체들은 3D 효과에 초점을 맞춘 게임을 대거 내놓을 전망이다.

3 3D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아수스 노트북. 아수스 제공 4 PC방에서 3D 입체영상을 체험할 수 있는 엔비디아의 3D 비전 체험존 엔비디아 제공

◆문화부 원천 기술 확보 '지원'

정부에서도 3D 입체영상 원천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는 'CG산업육성계획' 발표를 통해 국내 CG(컴퓨터그래픽)산업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2013년까지 5대 중점과제에 2000억원을 투입, 1조1000억원의 신시장과 3만여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CG육성계획'은 2013년까지 500억원 규모의 CG투자펀드를 조성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또 원스톱 제작시스템 구축을 위해 민간에서 사기 어려운 고가의 CG제작장비를 누리꿈스퀘어에 구축해 관련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밖에 CG인력 양성 등을 통해 현재 할리우드의 82.4% 수준인 국내 CG 기술력을 2013년에는 9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문화부 디지털콘텐츠산업과 정민량 사무관은 "'CG산업육성계획'은 게임뿐 아니라 영화·애니메이션 등 CG를 많이 활용하는 산업에 대한 기반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