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그룹 김승호 회장은"선진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비해 제약업계와 학계,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 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에서 유아용품, 노인수발까지 건강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토털 헬스케어(total health care·종합 건강관리)' 그룹이 목표입니다. 고령화 저출산 사회에 대한 대책에서는 업계 1위가 되자는 것입니다."

올 초 보령제약그룹은 2014년 보령제약 1조원, 보령메디앙스 7500억원, 보령바이오파마 1200억원, 보령수앤수 700억원 등 7개 계열사가 총 2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5개년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보령제약의 매출이 3000억원 근처인 것에 비하면 과감한 성장계획이다. 서울 종로구 원남동 본사에서 만난 김승호(金昇浩·78) 보령그룹 회장은 "내년 출시할 고혈압 신약 '파마살탄'과 휴대용 의료기기 분야에서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파마살탄은 보령제약이 14년 동안 투자해 개발한 신약으로 곧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 시험이 끝난다. 김 회장은 "파마살탄과 같은 효능의 고혈압약 7종이 세계에서 1조원이 넘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매년 20%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며 "처음으로 이 시장에 국산 신약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파마살탄 수출을 위해 중국에 원료공장도 세웠다. 지난해 보령제약에서 100억원대 이상 매출을 올린 제품은 4개였다. 회사는 2014년까지 이를 145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바이오와 IT(정보통신기술)의 결합도 김 회장이 추구하는 성장동력이다. 김 회장은 "의료기기 전문 계열사인 보령수앤수가 작년에 479개의 약국 내 매장을 설치해 휴대용 심전도계, 혈압계 등의 판매에서 성과를 거뒀다"며 "올해엔 이를 1500개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면 약만 주는 것이 아니라 미리 예방하고 진단할 수 있는 도구도 주는 식으로 예방, 진단에서 치료까지 모두 책임지는 것입니다. 유아용품 전문사인 보령메디앙스까지 합하면 출생에서부터 진정한 토털 헬스케어가 가능합니다." 김 회장은 "사회복지재단을 통한 노인수발사업도 곧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보령은 지난해 시련을 겪었다. 보령메디앙스가 만든 베이비파우더에 발암물질로 의심되는 탈크가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 김 회장은 "법을 어긴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소비자가 걱정하지 않도록 탈크 대신 옥수수전분이 들어간 제품으로 모두 바꿨다"며 "적극적으로 대처한 덕분에 곧 매출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미래를 힘차게 이야기하던 김 회장은 국내 제약업계의 전망에 대한 질문에서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정부의 약가(藥價) 인하 움직임보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더 큰 문제입니다. 지금 당장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김 회장은 "유럽, 미국과 FTA가 체결되면 외국 의약품이 봇물 터지듯 들어올 것"이라며 "국내사들이 제네릭(신약 복제 약)으로 매출을 늘려왔는데 세계적인 제네릭 회사 테바가 들어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과 FTA 협상을 하고 나서 우리나라에서 허가받은 의약품이 미국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이 성과라고 홍보한 바 있다. "우리가 만든 신약이 미국으로 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신약의 97%가 외국에서 나옵니다. 정부가 제약 바이오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지만 지금 이대로 FTA가 체결되면 기반인 제약산업이 무너집니다." 김 회장은 "당장 뚜렷한 방향은 없지만, 당면 문제이니 지금이라도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분석하고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령제약그룹은 국내 재계에서는 드문 여성 후계체제를 갖추고 있다. 김 회장 장녀인 은선(恩璿·52)씨는 보령제약 회장을, 4녀인 은정(恩汀·41)씨는 보령메디앙스 부회장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김은선 회장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열심히 하고 있다. 한 20년쯤 했으니"라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