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 현장에서는 현대·기아차 같은 자동차회사 직원뿐만 아니라 SK에너지 직원들도 보였다. 이들은 세계 전기차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자동차회사 관계자들을 만나 SK에너지가 가진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기술을 설명하기 위해서 파견된 것.

SK에너지의 최근 경영 '화두'는 신성장 엔진이다. 석유자원이 고갈돼 가는 상황에서 정유사업만으로는 향후 시장을 이끌어 갈 '리딩 컴퍼니(leading company)'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대전시 유성구 원촌동에 위치한 SK에너지 기술원에서 한 연구원이 생산된 2차 전지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왼쪽). SK에너지가 생산한 자동차용 배터리를 하이브리드 자 동차에 장착해 테스트하는 모습.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기술 기반의 신성장 엔진 발굴을 통해 우리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K에너지는 올해도 저탄소 녹색성장 ▲그린카 배터리 ▲청정 석탄에너지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생산하는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인 '그린폴(Green Pol)' 등을 미래 녹색 성장 중점 추진 분야로 정해 지속적인 투자를 할 계획이다.

독일 다임러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이중 SK에너지가 특히 힘을 쏟는 분야는 전기차·하이브리드카(모터와 엔진을 번갈아 쓰는 차) 등 그린카 산업의 핵심 기술인 차량용 리튬이온 배터리이다.

SK에너지는 작년 10월 독일 다임러그룹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그 일환으로 SK에너지는 다임러그룹 글로벌 하이브리드 센터(Global Hybrid Center)가 주관하고 미쓰비시 후소(Mitsubishi Fuso)사(社)가 제작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미쓰비시 후소는 연간 19만대의 버스와 트럭을 판매하는 중대형 차량 제조업체로 다임러그룹이 85%, 미쓰비시그룹이 1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에너지는 다임러와 상호 보완 아래 향후 2년간 배터리 개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SK에너지는 향후 다임러그룹이 추진할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용 배터리 프로젝트에 우선 협력업체로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했고, 세계 자동차업체들과의 협력에도 유리한 위치에 설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한다.

SK에너지 관계자는 "다임러그룹의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된 것은 SK에너지의 자동차용 전지의 품질과 기술력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며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들과의 추가적인 공급 및 제휴 추진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말했다.

SK에너지는 자동차용 2차 전지(재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전지) 외에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 시스템) 및 국내외 여러 2차 전지 관련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작년 11월 정부가 추진 중인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사업에서 '스마트트랜스포트' 분야의 주관사로 선정됐다. '스마트트랜스포트'란 전기자동차 운행과 중앙관제를 위한 전력망과 통신 시스템 구축 등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굴뚝에서 나온 이산화탄소 모아 플라스틱 만든다

SK에너지는 석탄 등 전통적인 에너지 자원을 이용한 신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청정 석탄에너지 기술'이 대표적인 프로젝트이다. 이 기술은 저급 석탄을 '석탄 가스화' 공정을 통해 기체 형태인 합성 가스로 바꾸고 전환된 합성가스에서 합성석유, 합성천연가스,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SK에너지는 작년 7월 24일 포스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고등기술연구원 등과 기술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SK에너지 서영준 부장은 "석유 및 천연가스 대비 매장량이 3배에 달하는 석탄의 풍부한 매장량이 강점"이라며 "저급 석탄은 고급 석탄보다 발열량이 낮고 이물질이 많아 바로 사용하기 어렵지만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석유, 화학제품, 전기 등 다양한 에너지 및 자원으로 전환해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고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굴뚝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모아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도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SK에너지는 2008년 10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신기술에 대한 특허 이전 및 연구협력 계약을 아주대와 체결하고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다. 기존의 연구가 주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모아서 저장하는데 머물렀다면, 이 기술은 촉매 기술을 활용, 이산화탄소를 플라스틱의 원재료인 폴리머로 만드는 데까지 나간 것.

이렇게 되면 기존에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된 나프타의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탄소배출권(온실가스 감축량을 돈으로 환산해 거래하는 것)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SK에너지는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