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증권사인 A사는 최근 한 우량 고객으로부터 수십억원을 융자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이미 이 증권사 계좌에만 수십억원어치의 주식을 보유 중인 이 고객이 돈을 더 빌리려는 이유는 주식을 추가로 사기 위해서이다. 증시가 최근 급격한 조정을 받고 있지만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해 '레버리지 투자'(돈을 빌려서 주식을 사는 것)에 나서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신용 융자와 미수 등 주식 외상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국내 증시가 지난주 'G2(미국·중국) 악재'로 조정을 받기 전까지 상승세를 보인 데다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정이 곧 끝날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증시가 추가 조정을 받으면 외상 거래에 나선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가능성도 우려된다.
개인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로부터 일정 기간 돈을 빌리는 신용 융자 잔액은 지난 25일 기준 4조8257억원에 달했다. 신용 융자 잔액은 올해 들어 4428억원(10.1%) 늘었으며, 특히 지난 5일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 융자는 지난해 9월 말 4조8792억원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12월 중순 4조1000억원대까지 줄었다. 이후 연말연시 증시 상승세와 맞물려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개별 종목 장세'와 '테마주(株) 장세'가 연출되면서, 개미들이 많이 몰리는 코스닥 신용 융자가 지난 25일 1조4375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올해 들어 22% 늘었다.
문제는 증시 조정이 이어지면 '레버리지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이 최악의 경우 '깡통'을 찰 수도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들은 잔고 평가액이 일정 담보금 비율 밑으로 떨어지면 강제로 투자자들의 주식을 팔아버리기 때문이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와 수치의 흐름을 볼 때 코스닥 테마 랠리와 신용 융자 증가세가 맥을 같이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증시가 조금 더 밀린다면 증거금 부족 등으로 신용 매물이 나올 가능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용 융자 잔고가 늘어나는 와중에 공매도가 동시에 증가하는 기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비쌀 때 판 뒤 주가가 떨어졌을 때 사서 되갚는 제도로, 앞으로 증시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한 매매 기법이다.
최근 5거래일(19~25일) 동안 1일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1452억원으로 직전 5거래일(12~18일)보다 40% 늘어났다. 특히 'G2 악재'가 터진 직후인 지난 22일 공매도 금액은 2000억원이 넘었다. 종목별로는 올해 들어 주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한국전력·삼성전자·하이닉스 등에 대한 공매도가 활발했다. 이도한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는 보통 외국인 매매 비중이 80~9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일반 투자자들은 증시가 반등할 것이라고 보는 반면, 외국인들은 조정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로 상반된 투자기법인 신용융자와 공매도가 동시에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따라서 무리한 투자보다는 돌다리 두드리듯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