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코스피지수는 중국·미국발(發) 악재로 급락했다. 특히 작년 12월 이후 큰 폭으로 올랐던 대형 IT(정보기술)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IT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26일 3% 넘게 하락했다. 하이닉스는 매각이 원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감에 9% 넘게 급락하면서 작년 말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LG디스플레이도 3% 가까이 급락했다.

그러나 이들 대형 IT주는 이날 급락에도 불구, 올 들어서는 코스피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6일 종가기준으로 작년 말보다 2.7% 정도 하락한 상황이나, 대부분의 IT 대형주는 작년 말보다 높은 수준이다. 실적 예상치도 좋다.

다만 대형 IT주 중 작년 말 대비 주가가 오히려 야금야금 내리며 뒷걸음질치는 경우가 있다. LG전자다. LG전자는 이날 2009년 매출액 30.5조원, 영입이익 1조6148억원, 순이익 2조528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10% 증가에 그쳤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1.6%와 325% 증가한 규모다. 그런데도 LG전자는 작년 말 대비 무려 11% 이상 하락한 상황이다.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휴대전화 부진 전망에 연일 하락

LG전자는 새해 들어 별다른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다. 이 회사 주가는 새해 증시 개장일인 지난 4일 12만6000원까지 오른 뒤 이후 미끄럼틀을 타듯 떨어져 26일에는 10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LG전자 주가가 이처럼 약세를 보이는 것은 작년 4분기 실적이 환율 하락으로 부진했다는 우려감에 앞으로도 휴대전화 부문의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겹쳤기 때문. 김도한 삼성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휴대전화 부문이 좋아야 주가가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하지만 휴대전화 시장이 최근 스마트폰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와중에 이 같은 추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LG전자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전자의 북미 지역 최대 휴대전화 거래처인 버라이즌은 최근 LG전자에 스마트폰 납품을 계속 요청하고 있지만, LG전자는 2분기쯤부터 본격적인 납품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향후 주가 전망 크게 엇갈려

최근 경쟁업체에 시장을 선점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LED(발광다이오드) TV로 짭짤한 재미를 볼 때 한동안 관련 제품을 내놓지 못해 속앓이를 했다. 또 올해도 노키아·삼성전자·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스마트폰이 없어 구경만 하는 상황이다.

LG전자의 한 직원은 이에 대해 "최근 들어 LG전자가 단기 실적 내기에만 급급, 한계를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 경영진이 R&D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제품 개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성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려면 출시 2~3년 전부터 시장 변화를 읽고 R&D(연구·개발)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회사가 단기 성과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R&D 투자를 화끈하게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LG전자는 최근 R&D 인력과 투자를 거의 늘리지 않았다. R&D 인력은 2007년 1만6000명에서 지난해 1만6500명으로 500명 늘었을 뿐이고, R&D 투자도 2007년 1조8000억원에서 2008년에는 오히려 1000억원을 줄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2007년 3만3400여명이던 R&D 인력을 지난해 3만5300명으로 2000명 가까이 늘렸고, R&D 투자액도 지난 2007년 5조9400억원에서 매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증권사들은 향후 LG전자 주가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하고 있다. KB투자증권은 "LCD(액정화면) TV와 가전은 견조하지만 휴대전화 부진의 충격이 작지 않다"며 목표가를 현 주가보다 낮은 10만1000원으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