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유독 정(情)에 약하다. 그러다 보니 친척이나 지인이 부탁해 오면 굳이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보험이나 카드에 가입해 준다. 그런데 딱히 혜택을 더블로 챙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꼼꼼히 따져보지도 않고 덥석 가입하다 보니 오히려 손해가 막심하다.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해 큰돈을 버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나에게 더 이득인 상품이 있는데 잘 몰라서 혹은 귀찮아서 이용하지 않고 있었다면 그것이야말로 재테크 실패다. 사실 단골이라고 금융회사들이 특별 대우해 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소비자도 득실을 따져 보고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과감히 등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올해 금융 소비자가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갈아타기 재테크'에 대해 알아본다.

◆비싼 대출이자 아끼려면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다면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서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전환대출이 꼽힌다. 대부업체나 저축은행 등에서 연 30%가 넘는 높은 금리로 빌린 대출을 3000만원 한도까지 평균 금리가 12%인 저금리 대출로 바꿔 탈 수 있다. 작년까진 신용등급 7~10등급인 사람만 이용할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 6등급까지 확대됐다. 단 연소득 4000만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는 이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일정한 소득이 없거나 대출이 소득보다 지나치게 많은 경우 등도 이용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이 후원하는 한국이지론도 최고 연 49%에 이르는 2금융권 대출을 연 30% 안팎 대출로 갈아타게 도와준다. 대부업체 대출을 3개월 이상 성실하게 갚은 채무자가 대상으로, 환승론으로 갈아탄 뒤 3개월 이상 잘 갚으면 2차로 연리 20%대 후반의 저축은행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노후자금 관리 불만인데

연금저축은 우리나라 40~50대 봉급생활자 5명 중 1명꼴로 가입한 대표적인 노후 대비용 금융상품이다. 그런데 정작 노후 대비용으로 가입했는데 수익률이 너무 낮아서 노후에 정말 도움이 될는지 걱정스럽다고 말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만약 가입 중인 연금저축 수익률이 너무 낮아 불만이라면 '계약이전' 제도를 이용해 보자. 계약이전이란 연금저축 가입기관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A은행에서 B은행으로, C은행에서 D증권사 등으로 갈아타는 것이다. 다른 금융회사 상품으로 갈아타도 소득공제 혜택은 그대로 유지된다. 고수익을 노리고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증권사의 연금펀드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연금펀드는 높은 수익을 노릴 순 있지만, 원금이 보장되지 않으니 유의하자. 금융회사를 옮길 경우 수수료는 1만~2만원 정도 든다. 또 가입 시기나 상품별로 이전이 안 되는 경우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갈아타는 경우, 보험사에서 가입한 연금저축보험은 해약환급금 기준이기 때문에 만기 전에 갈아타는 경우 내가 납입한 원금보다 액수가 작을 수 있다.

◆청약종합저축 인기라는데

지난해 새로 출시된 청약종합저축은 기존의 청약저축과 청약부금, 청약예금의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상품이다. 최근 가입자 수가 880만명을 넘어섰고 조만간 10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기존 3가지 청약통장들은 무주택 가구주여야 하는 등 상대적으로 가입 문턱이 높았다. 하지만 청약종합저축은 주택 소유 여부나 연령에 관계없이 1인 1계좌씩 가입할 수 있다. 또 공공·임대·민영주택의 청약 자격을 몽땅 준다. 그래서 '만능 통장'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하지만 기존 청약통장에 가입해 1순위를 확보한 사람들은 굳이 새 통장을 만들 필요가 없다. 새 통장으로 갈아타게 되면, 기존 통장의 가입 기간과 금액을 인정받지 못해 다시 3순위부터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 청약예금이나 청약부금 가입자 중 가입 기간이 2년 미만이라서 1순위가 되지 못할 경우에는 새 청약통장을 만드는 게 낫다.

◆펀드 사후관리가 부실하다면

예금하려던 돈인데 직원 권유로 가입했다. 그런데 마이너스 수익률이 되었는데도 해당 직원에게서 위로전화 한 통 없다면? 이럴 땐 해당 직원과 상종하기도 싫지만, 그렇다고 홧김에 환매해 버리면 소비자만 손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해당 직원을 관리자로 그냥 유지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25일부터는 해당 직원에게 '레드카드'를 보여주고 과감히 떠날 수 있다. 펀드 가입자들이 증권사와 은행, 보험사 등 펀드 판매사를 자유롭게 갈아탈 수 있는 '펀드판매사 이동제'가 새로 시행되기 때문. 지금까지는 펀드 판매사를 바꾸려면 기존 펀드를 환매하고 새 판매사에 판매수수료까지 내야 했지만, 이제부터는 환매 절차나 추가 비용 부담 없이 판매사 전환이 가능하다. 투자자 입장에선 수수료도 적게 떼어 가고 AS도 잘 해주는 착한 펀드 판매회사를 찾아 갈아타는 게 훨씬 이득이다. 적용 대상은 공모펀드이다. 역외펀드나 MMF(머니마켓펀드), 여러 펀드가 한 세트로 묶여 있는 엄브렐러 펀드, 장기주택마련저축펀드 등은 제외된다고 하니 유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