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변신하고 있다. 석탄을 가스로 만드는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Integrated Gasification Combined Cycle) 덕분이다. 국내 연구진이 여기에 플라스마(plasma)를 추가해 그동안 쓰지 못하던 질 낮은 석탄도 가스로 만들 수 있게 했다. 국내에서 원천기술이 확보됨에 따라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수출시장도 열 전망이다.

석탄 가스로 전기를 생산한다

화력발전소에서는 석탄을 태워 물을 끓인다. 이 수증기의 압력으로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생산한다. 그런데 고체인 석탄을 바로 태우는 것보다 기체인 가스로 변환하면 보다 많은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다.

석탄은 30기압 섭씨 1000도 근처에서 가열하면 고체에서 기체로 승화한다. 석탄가스화복합발전은 바로 이런 석탄가스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의 화력발전에 비해 수증기를 끓이는 과정이 생략돼 발전 효율이 높아진다. 기존 화력발전의 효율이 39%인 데 비해 석탄가스화복합발전은 46%다. 석탄가스는 수소와 일산화탄소 혼합체다. 이는 비료·메탄올 등 화학제품의 원료도 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이재구 박사는 "기존의 화력 발전소 방식은 많은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데 석탄가스화복합 발전은 이를 대폭 줄였다"고 말했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은 시험 설비용 석탄가스화복합발전 개발을 완료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원들이 석탄가스화복합발전의 핵심 장치인'석탄가스화장치'(가운데 둥근 물체)를 크레인을 사용해 시험용 석탄가스화복합발전기에 집어넣고 있다.

플라스마와 석탄의 결합으로 저급탄까지 활용

석탄가스화복합발전은 질이 떨어지는 석탄인 저급탄을 쓰지 못한다. 석탄을 가스로 만들기 위해 점차 온도를 높이면 저급탄의 불순물이 석탄보다 먼저 연소하면서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가 뒤따른다. 이는 발전 효율의 저하로 이어진다. 결국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화력발전소 대신 석탄가스화복합발전을 채택하는 장점이 희석된다.

국내 연구진들이 여기에 플라스마란 답을 내놨다. 플라스마는 초고온에서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돼 따로 움직이는 상태를 말한다. 섭씨 6000도인 태양의 표면도 플라스마 상태다. 석탄이 섭씨 3000도의 플라스마와 만나면 저급탄의 불순물, 석탄 순서대로 타지 않고 동시에 탄다. 덕분에 일반적인 석탄가스화복합발전보다 에너지 효율이 더 향상된다.

국가핵융합연구소의 이봉주 박사는 "저급탄이 섭씨 3000도의 플라스마를 1만분의 1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1기압에서 만나면 기존의 석탄가스화복합발전과 비슷한 수준의 석탄 가스가 생성되는 것을 실험실 규모의 장치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박사팀은 작년 9월 부산에서 열린 플라스마 국제학회에서 '플라스마-석탄가스화복합발전(Plasma-Enhanced IGCC)'이라고 이름 붙인 이 기술을 발표했다. 또한 국내 개발 원천기술의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해 한동대, 에너지기술연구원, KAIST와 공동연구도 진행 중이다.

인도와 기술 개발 협의 중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석탄 부존량은 9800억t이며 230년 이상 채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플라스마-석탄가스화복합발전이 상용화되면 석탄의 경제성이 일반 화력 발전보다 50~80% 정도 향상된다.

현재 저급탄은 t당 10~15달러에, 고급탄은 t당 30~150달러에 거래된다. 플라스마-석탄가스화복합발전이 상용화되면 값싼 저급탄으로도 전기를 만들 수 있다. 발전 부문에서 석탄이 인류의 에너지 고갈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세계 4대 석탄 보유국인 인도는 보유 석탄의 상당수가 저급탄이어서 플라스마-석탄가스화복합발전을 상용화하기에 적합한 나라로 꼽힌다. 이봉주 박사는 "현재 인도 정부와 플라스마-석탄가스화복합발전의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