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회사원 이정재(29)씨는 폭설이 내린 지난 1월 4일 퇴근길에 곤욕을 치렀다. 자신의 승용차로 평소 30분 정도 걸리던 집까지 무려 2시간 만에 간 것이다. 서울에 내린 25.8㎝라는 기록적인 폭설로 온 도로가 마비되었고 도로 곳곳이 승용차들의 무덤이 될 정도로 아수라장이 됐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버젓이 여유롭게 달리는 차량들이 있었으니 바로 4륜구동 차량들이었다. 이씨는 이번 경험으로 인해 다음에 차를 사게 된다면 4륜구동으로 사기로 마음먹었다.

자동차는 구동방식에 따라 전륜, 후륜, 4륜으로 나눌 수 있다. 동력이 앞바퀴에 작용하면 전륜구동, 뒷바퀴에 작용하면 후륜구동이라고 한다. 4륜구동은 네 바퀴가 모두 동력을 전달한다. 4륜구동 차량이 특히 눈길에서 강한 이유는 네 바퀴의 모든 힘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네 바퀴에서 나오는 강한 동력으로 미끄럽거나 험한 길에서도 안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발휘되는 것이다. 코너를 빠져 나와 엑셀을 밟을 때도 4륜구동 방식은 어느 한 바퀴에 힘이 몰리지 않아 안정적으로 밟고 나갈 수 있다.

이번 폭설 때 후륜구동 방식을 사용하는 벤츠, BMW, 렉서스 등 고급 외제차들은 꼼짝없이 묶여 체면을 구겼다. 대부분 전륜구동 방식을 사용하는 국산 차들은 그나마 조금 달릴 수 있었다. 빙판길에서는 앞에서 끌어주는 전륜구동 방식이 후륜구동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4륜구동 차량들은 전륜이나 후륜 등 2륜구동 차량들과 달리 언덕에 놓인 빙판길에서도 거침없이 달릴 수 있다.

주행 여건상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륜구동 차가 많다. 우리나라는 고속주행보다는 시내주행이 많고, 모터 스포츠의 발달이 저조하며, 겨울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4일 서울 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눈길에 강한 4륜구동 차가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고 있다. 며칠 사이에 폭설이 내리다 보니 유튜브 등 주요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4륜구동 차와 2륜구동 차의 눈길 주행 비교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을 정도다. 아우디 등 주요 4륜차 업체들은 문의 전화가 빗발쳐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아우디 서울 목동 전시장의 김양규 팀장은 "지난 1월 4일 폭설이 내린 이후로 구입문의가 평소보다 1.5~2배 정도 늘었다"고 했다.

4륜구동의 진화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한몫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4륜구동이라 하면 험한 도로에서 주행 능력이 뛰어난 스포츠 활동용 차량인 SUV (Sports Utility Vehicle)를 떠올렸다. 하지만 최근 수입차 중에는 세단형 4륜구동 차가 부쩍 늘었다. 과거 군용차량이나 트럭에 적용되던 4륜구동이 그 안전성과 승차감을 인정 받아 SUV를 거쳐 승용차까지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4륜구동 기술은 유럽이나 미국 기업들이 앞서 있다. 대표주자로는 아우디를 꼽을 수 있다. 아우디는 1986년에 4륜구동인 콰트로 시스템의 성능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광고를 방영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37.5도 급경사의 스키 점프대를 타이어에 스파이크만 장착한 채 올라간 것이다. 이 광고는 사람들을 경악시켰고 아우디는 2005년 같은 장소에서 콰트로 공개 25주년 기념 행사로 스키 점프대를 오르는 A6모델의 광고를 한 바 있다. 아우디는 독자적 4륜구동 시스템인 '콰트로(quattro) 시스템'을 SUV뿐 아니라 승용차 모델에까지 두루 장착하고 있는 유일한 메이커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아우디가 4륜구동 모델인 콰트로로 성과를 높여가자 다른 브랜드들도 독자적인 4륜구동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형세다. 아우디의 '콰트로'를 비롯해 각 회사들은 독자적인 4륜구동 시스템을 만들어 고유명사화 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4매틱', BMW의 'X드라이브', 재규어의 '트랙션4' 등이 대표적이다.

4륜구동 자동차들은 기계식, 전기식 등 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고 상황에 따른 장단점이 있다. 따라서 구매자들은 자신의 상황에 맞고 활동하기에 유리한 차종을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특히 4륜구동이라고 해서 단순히 네 바퀴가 다 굴러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대부분 4륜구동 차량들은 매우 '지능적'이다. 종류에 따라 일시 4륜구동 방식과 상시 4륜구동 방식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4륜구동 차량은 일시 4륜구동 방식이다. 보통 때는 두 바퀴만으로 구동하다가 눈, 비 등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선택적으로 4륜구동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4륜구동에 따른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소음을 감소시킬 수 있다. 각 자동차 업체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4륜구동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4륜구동 차량을 이용한다고 해도 방심은 금물이다. 눈길 사고는 4륜구동 차량이 더 많을 때도 적지 않다. 4륜구동만 믿고 가혹한 조건에서 과속을 할 경우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4륜구동의 단점도 따져봐야 한다. 극한조건이 아닌 평소에는 4륜구동 장비로 인해 차가 무겁고, 연비가 나빠지며, 전륜이나 후륜보다 정비가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겨울철 주행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고 4륜구동의 단점을 줄이는 기술의 발전이 이뤄지고 있어 4륜구동의 장래는 밝은 편이다. 대림대 자동차과 김필수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4륜구동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4륜구동에 관련된 웬만한 원천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는 상태여서 외국의 뛰어난 기술들도 국산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4륜구동의 전망을 낙관했다.

아우디

'콰트로(quattro)' 시스템은 눈길 주행뿐 아니라 코너링 시, 언덕에서 출발할 때 등 악조건에서도 안전운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4륜구동 시스템이다. 한쪽 바퀴가 헛돌아도 자동으로 접지력이 좋은 바퀴로 더 많은 힘을 전달한다. 엔진의 힘을 모든 바퀴에 적절히 분배하며 앞뒤의 속력 차이를 보정해주는 것이다. 엔진 토크는 엑셀에 의한 가속이나 다양한 도로의 상황이 차에 영향을 덜 미치도록 양쪽 가속 장치에 분배해 안정성을 유지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4매틱 시스템'으로 승부한다. 벤츠 S500 4MATIC L 모델은 자동 7단 변속기를 장착한 세단형 4륜구동이다. 이 시스템은 빗길, 빙판길, 눈길과 같은 악천후 상황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 앞뒤 4개의 바퀴 간 견인력을 최적으로 분배하여 노면조건과 상관없이 견인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전자 다이내믹 핸들링 컨트롤 시스템과 함께 네 바퀴의 동력을 분배하는 이 시스템은 전자 제어식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BMW

'X드라이브'라는 지능형 SUV 4륜구동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노면이나 전체 운전 상황의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앞뒤의 동력을 제어한다. 탑승자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정교한 편인 X드라이브는 동력 조절이 매우 유동적이다. 특히 S자 길이나 급한 커브길을 지나는 데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좋은 조작성이 강점이다.

크라이슬러

'지프 그랜드 체로키'도 유명한 4륜구동 SUV다. 전자식 차동(車動)제한 디퍼렌셜(ELSD)이 타이어가 헛도는 것을 즉각적으로 감지하고 엔진의 힘을 타이어로 부드럽게 배분한다. 또한 전자식으로 제어되는 클러치를 이용해 자동으로 빠르게 각각의 차축을 조절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4륜구동에 비해 포장도로에서도 최대한의 구동력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재규어

'트랙션4' 시스템은 눈이나 비, 얼음 등의 조건에서 최적의 그립을 제공한다. 건조한 노면상태에서는 빠르거나 타이트한 코너로 힘을 전달해 운행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트랙션4는 노면상태에 따라 전자식으로 각 바퀴에 힘을 재배치한다.

볼 보

눈이 많이 내리는 스웨덴의 볼보는 미끄럼 방지 시스템(DSTC)을 갖추고 있어 특히 눈길 안전운전 면에서 효율적이다. 미끄럼 방지 시스템이 미끄러운 노면을 감지해 엔진 출력을 줄이거나 바퀴에 브레이크를 적용하여 차량 미끄럼을 미리 대비할 수 있다. 특히 볼보의 4륜구동 모델에는 휠 속도, 엔진 속도 및 브레이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전자관리 시스템이 있어 운행을 원활히 돕는다. 운행조건이 달라지면 주요 동력을 접지력이 더 좋은 쪽 바퀴로 전달하는 원리다. DSTC는 미끄러운 노면을 감지할 수 있으므로 엔진 출력을 줄이거나, 하나 이상의 휠에 브레이크를 적용하여 차량 미끄럼을 미리 대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