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이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작년 연말 매각이 무산된 대우건설의 새 인수 후보자로 동국제강이 떠오르고 있다. 산업은행은 "동국제강포스코에 인수 의향을 타진해보겠다"며 두 회사를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큰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으나, 동국제강은 상대적으로 적극적이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지난 7일 철강협회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인수) 제안이 온다면 검토해보겠다. 다만 우리하고 조건이 맞는 경우에만…"이라며 공개적으로 인수 의향을 밝혔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잘못 삼켰다가 워크아웃으로까지 몰린 데서 알 수 있듯, 자산 규모가 9조원이나 되는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는 또 다른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왜 인수하려 하나?

동국제강의 건설사 인수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2008년 쌍용건설 인수를 시도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까지 선정됐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입찰 보증금 240억원만 날리고 중도 포기했던 것이다. 철강업계와 재계에서는 동국제강이 끊임없이 대형 건설사 인수를 추진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본다. 우선 본업인 철강업과의 높은 시너지(synergy·결합)효과 때문이다. 동국제강의 주력 제품은 후판(厚板)과 형강, 철근으로 모두 건설자재로 많이 쓰이는 철강제품이다. 국내 시공 능력 3위 건설업체인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동국제강으로서는 확실한 수요처를 확보하게 된다.

두 번째는 국내 철강산업이 성장의 한계에 도달하면서 새 성장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1970년대 초 자산 기준으로 재계 서열 5위까지 올랐으나, 사업 다각화 대신 철강업에만 매달리면서 현재는 25~26위권으로 밀려났다. 더구나 포스코에 이어 현대제철도 고로(高爐·용광로)사업에 뛰어들면서 국내 철강업계에서의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 그룹의 새 성장동력이 절박한 시점인 것이다.

어떻게 인수할 수 있나?

현재 대우건설의 대주주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재무적 투자자(FI)들이다. 이들은 총 72.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산업은행은 조만간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사모펀드(PEF)를 구성, 이들로부터 대우건설 지분 50%+1주를 약 3조원(주당 1만8000원)에 인수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국제강이 대우건설의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두 가지 방식이 가능하다.

우선 동국제강이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사모펀드 자금의 50%(약 1조5000억원) 이상을 내고 대우건설의 경영권을 갖는 방식이다. 단번에 대우건설을 가질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지만, 인수 자금이 너무 많이 든다. 2008년 인수를 추진하다가 포기했던 쌍용건설 인수금액도 4620억원에 불과했다.

따라서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은 동국제강이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사모펀드의 지분 15~20% 안팎을 갖는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대우건설 경영권을 2~3년 정도 위탁받는 방식이다.

2~3년 후에는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나머지 지분을 인수해 대우건설 대주주가 될 수 있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 방식을 선택할 경우 4000억~6000억원 정도만 투자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이 인수전에 본격 나선다면 두 번째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우건설 인수, 약(藥) 될까?

동국제강의 대우건설 인수 추진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장 회장이 인수 검토 의사를 밝힌 다음 날인 8일 동국제강 주가는 장중 6.9%까지 급락했다가, 결국 전날보다 3.26%(900원) 하락한 2만67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대신증권의 문정업 애널리스트는 "경기가 완전히 살아나지도 않고 건설경기도 좋지 않은 시점에 대우건설 M&A는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자금력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 동국제강이 진행 중인 대규모 투자사업이 적지 않다. 단적으로 2008년 시작한 인천제강소 전기로 건설과 합리화에 총 4700억원가량을 투자해야 하고, 브라질에 최소 3조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고로 제철소 건설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동국제강 관계자는 "작년 3분기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만 1조2000억원에 달해 M&A 자금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장세주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 의향을 밝히며, "단지 기업을 인수해 경영한다는 게 아니라 글로벌한 관점에서 하는 것"이라며 "대우건설이 브라질 등에서 활동을 벌이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글로벌 사업 역량이 생각만큼 뛰어나지 않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 건설업체 CEO는 "대우건설은 엔지니어링 부문이 약해서 최근 7~8년간 해외 사업을 제대로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김정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동국제강이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적정한 가격에 대우건설을 인수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윈-윈(win-win)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