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카드사들은 매출전표 접수 후 가맹점에 돈을 지급하는 기간을 가맹점에 따라 차등화하고 있다.

"백화점 같은 대형 가맹점은 카드사로부터 대금을 바로바로 입금받지만, 영세 자영업자는 일주일 후에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건강원을 운용하는 김모씨는 신용카드 전표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 김씨는 4년 전 KB카드 고객이 물건을 살 때 일반 포인트 점수 외에 '추가 포인트점수'를 적립해주는 우수가맹점제도(일명 포인트 특약가맹점 제도)에 가입했다.

◆ 유명무실한 '포인트 가맹점 제도'

포인트 가맹점 제도란 카드사가 별도의 수수료를 받고 가맹점을 모집한 뒤, 가맹점이 부담한 수수료만큼 고객에게 포인트 적립이나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로, 카드사들은 점포 홍보, 카드대금 입금기일 단축 등의 조건으로 내세우며 포인트가맹점을 모집하고 있다. 제도에 가입한 가맹점주는 카드 매출액의 1~2%를 추가로 내야 한다. 김씨는 카드사가 매출에서 떼가는 일반 수수료 3.5%에다 별도의 수수료 1%를 추가로 내, 매출액의 4%를 카드수수료로 냈다.

하지만 매출 증대는커녕 점포 홍보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김씨는 6개월 만에 특약가맹점 탈퇴의사를 카드사측에 전달했다. 김씨는 "계약 체결 과정에서 수수료율이나 가입조건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카드사가 매출액의 1%를 수수료로 떼가는 대신 점포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주겠다고 했는데 효과가 없었다"면서 "매출이 늘수록 카드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만 커져,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카드사 직원이 김씨에게 보인 반응은 협박에 가까웠다. 김씨에 따르면 카드사 직원은 "특약가맹점을 탈퇴할 경우 가맹점 약관에 의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맹점 약관상 카드사가 제재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대금 지급 보류, 가맹점 계약 해지 등이다. 현금거래보다 카드거래 비중이 높은 김씨에겐 사실상 영업을 하지 말라는 소리였다.

카드사가 자의적으로 대금 입금기일을 변경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쥐도 새도 모르게 '대금 입금기일' 변경

특약가맹점 계약을 해지한 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김씨가 평소 1만원짜리 물건을 팔고 매출전표를 접수하면 3일 뒤쯤 카드사는 350원 정도의 수수료를 떼고 나머지 9650원을 김씨의 계좌로 입금해 줬다. 그런데 카드사측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직후부터는 대금입금 예정일이 3~4일 지나서야 돈이 입금됐다. 중간에 공휴일이 끼면 전표 접수 후 12일이 지난 뒤 대금을 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카드사에 대금 지급이 지연된 이유를 물었다. 담당 직원은 전산장애나 전표처리 방식 때문에 입금이 지연된 것뿐이라며 별다른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김씨는 "카드사가 매출 규모가 큰 가맹점에 대해선 접수 후 1∼2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는 반면, 정작 현금 회수가 급한 영세 가맹점에 대해선 매출이 적다는 이유로 대금을 제때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을 해지한 직후, 대금 입금주기를 변경한 것은 카드사의 보복성 조치로밖에 볼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업종별 차등화" vs "가맹점 규모에 따라 차별"

이에 대해 해당 카드사 관계자는 "통상 업종별로 '업종 코드'를 부여하면 그에 따라 최초 가맹점 계약 시 수수료율, 대금 지급주기 등이 결정된다"며 "가맹점 신용상태 변화, 기타 대금 지급주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 계약기간에 관계없이 입금기일을 변경할 수 있고, 이를 가맹점 약관에 명시해 놨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사 연합체인 여신금융협회 역시 "처음 듣는 일이다.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는 조금 다르다. KB카드뿐 아니라 국내 주요 카드사들도 매출전표 접수 후 가맹점에 돈을 지급하는 기간을 가맹점에 따라 1∼7일로 차등화하고 있다고 전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백화점, 마트, 극장 같은 곳은 대금 지급을 바로바로 해주지만 매출액 규모가 작은 소형 가맹점일수록 대금 지급주기를 길게 가져간다"면서 "간혹 가맹점주가 계약과 관련해 불만을 제기하면 '가맹점 길들이기' 차원에서 지급주기를 변경하는 사례가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포인트 특약제도는 사실 대형가맹점의 판매 촉진에만 효과가 있다. 카드사들이 제도의 효과를 과장, 왜곡해 소상공인들의 가입을 부추기는 것을 보면 부끄럽다"면서 "반대로 대형가맹점의 입김이 세지면서 일부 카드사들이 가맹점의 눈치를 보며 대금결제일을 앞당기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 카드사는 일반 가맹점에 대해선 매출전표 접수 3일 뒤 대급을 지급하지만, 호텔 등 대형가맹점에 대해서는 다음날 곧바로 입금처리를 해주고 있다. 또 몇몇 카드사들은 자회사의 결제계좌를 이용하는 가맹점에 대해서만 다음날 대금 입금을 해주고, 다른 은행의 결제계좌를 이용하면 3일이 지난 뒤 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일부 카드사들은 백화점 등 대형가맹점의 눈치를 보며 대금결제일을 앞당기는 경우도 있다.

◆ "카드사들, 자영업자 상대로 돈놀이"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카드대금 지급 지연에 따른 별도의 보상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카드사가 대금 입금처리를 고의로 지연해 가맹점 피해가 발생했다면 해당 카드사 내부의 검증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호상 한국신용카드 가맹점 연합회 회장은 "영세사업자가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가 대형가맹점보다 높은 상황에서 대금 지급기일까지 늦추는 것은 결국 카드사들이 자영업자를 상대로 고리의 사채놀이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고객이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하루만 연체해도 엄청난 연체이자를 물리는 카드사들이, 대금 입금기일을 쥐락펴락하면서 가맹점의 부담은 외면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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