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내 통신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애플 아이폰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KT는 아이폰 예약판매 나흘 만에 3만6000명의 신규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여세를 이어가기 위해 28일 잠실체육관에서 대대적인 서비스 출범 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여기에 두산 박용만 회장, 드림위즈 이찬진 사장 등 저명한 CEO들이 '아이폰 전도사'를 자처하며 아이폰 예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하지만 아이폰 열풍에 휩쓸려 구매에 나서기보다는 꼼꼼히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값비싼 아이폰을 구매하기 전에 배터리 사용 기간이나 애프터서비스, 통신요금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닷컴 이준문 차장은 "잔고장이 났을 경우 부분 수리가 안 되고 휴대폰을 통째로 교환해야 하는데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장점:"10만개의 응용프로그램 갖춘 최고의 IT 기기"

한글과컴퓨터 창업자인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은 아이폰을 "역대 최고의 IT기기"라고 극찬한다. 그의 말대로 아이폰은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꼽히는 애플의 명성에 걸맞게 뛰어난 사용자 환경(user interface)을 구현하고 있다. 우선 아이폰의 초기화면을 보면 초보자도 한눈에 보고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다. 애플이 처음 도입한 멀티 터치 기능도 경쟁사보다는 한발 앞서 있다. 오작동이 거의 없으며, 동시에 두 개 이상의 터치 입력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손가락 두 개를 화면에 대고 오므렸다 폈다 하면서 그림이나 지도를 확대·축소, 회전시키는 등 재밌게 이용할 수 있다.

아이폰의 진짜 강점은 음악·영화·게임·지도 보기 등 각종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는 온라인 장터 '아이튠즈(itunes)'와 '앱스토어(application store)'다. 예를 들어 애플의 뮤직스토어 아이튠즈는 1100만곡이 올라와 있으며, 2003년 오픈한 뒤 지금까지 60억곡이 넘는 노래를 판매해왔다. 소니워너뮤직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콘텐츠 저작권 문제로 전전긍긍하는 사이, 애플은 전 세계 노래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안해 단번에 세계 디지털 음악 유통 시장을 장악해버렸다.

또 작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앱스토어에는 게임·증권·뉴스·지도 보기·대학 강의 동영상은 물론, 피아노나 기타 배우기 프로그램, 골프장에서 골프공과 그린 간의 거리를 알려주는 프로그램 등 기상천외한 콘텐츠들이 넘쳐난다. 앱스토어에는 전 세계 사용자들이 올린 10만여건의 응용 프로그램이 있으며, 지금까지 20억건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단점:불편한 AS, '그림의 떡' 앱스토어

하지만 애플의 탁월한 응용 프로그램도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아직은 '그림의 떡'이다. 우선 아이튠즈 서비스의 경우 한국에서는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

굳이 한국에서 이용하려면 미국 내 주소가 있고 미국 신용카드로 결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음악이나 동영상 외의 다른 유료 응용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엔씨소프트 황순현 상무는 "한국인 입맛에 맞고 한국인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불편한 애프터서비스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애플은 전 세계적으로 고장 난 제품을 수리해주는 대신, 수리된 중고 제품으로 교환을 해주는 애프터서비스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사용자의 과실로 인해 고장이 나거나 무상수리 기간(1년)이 지나면 사용자들이 20만원 안팎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 KT는 이 때문에 아이폰 가입자에게 수리 비용 부담을 위한 단말기 보험 프로그램 가입을 유도할 계획이다.

또 배터리를 휴대폰에서 분리해 낼 수 없는 일체형 제품이기 때문에 배터리 충전이나 교체 때 불편한 점도 있다. 수명이 다한 배터리 교체를 위해서 애프터서비스센터로 가야 한다. 한 아이폰 사용자는 "동영상이나 게임 등을 연속해서 해보면 배터리 사용 시간이 5시간도 안 되는 것 같다"면서 "긴급한 전화가 올 경우를 대비해 휴대폰을 하나 더 갖고 다닌다"고 말했다. 여기에 아이폰 할인 구매를 위해 휴대폰 요금을 최소 월 4만5000원 이상 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휴대폰 형님'들 콧대 꺾은 애플 아이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