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중국 다롄(大連)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WEF)에 참석한 세계 경제인 130명 중 70%는 "2020년 이전에 아시아가 세계경제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설문조사에서 답했다. 그들의 예측대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경제가 무섭게 성장하며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다가가고 있다.
4일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 등 외신에 따르면 한국·중국·일본과 아세안(ASEAN) 10개국 등 동아시아권의 올해 GDP (국내총생산)가 12조670억달러로 세계 GDP의 21.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동아시아 경제권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선 것은 1980년 IMF(국제통화기금)의 통계작성 이후 처음이다.
이와 관련, 본지가 현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IMF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올해 한국은 8003억달러, 중국은 4조7577억달러, 일본은 5조486억달러의 GDP를 각각 기록하며 동아시아 경제권의 비중을 끌어올릴 것으로 집계됐다.
내년에는 동아시아 경제권 규모가 12조8900억달러로 커져 유로존(Euro Zone·유로화를 쓰는 16개국) 경제규모(12조7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내년 동아시아 경제권의 성장속도(성장률 6.8%)가 유로존 성장속도(성장률 3.5%)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4년이 되면 동아시아의 경제 규모가 17조3400억달러로 불어나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예상치·17조4200억달러)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IMF는 보고 있다.
동아시아 경제권이 유럽의 서구 경제권을 앞서는 것은 중화문명권이 세계 경제의 중심에 있었던 19세기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동아시아 경제권의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는 것은 작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미국과 유럽 경제권이 고전하는 동안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인 덕분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부상하는 아시아경제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2월부터 아시아경제권은 다른 세계지역에서 볼 수 없는 '그린슈트'(Green Shoots·파란 싹 같은 경기회복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8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호랑이(신흥국)들이 놀라운 반등을 보이며 세계 경제의 회복을 이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경제가 금융서비스업보다 자동차·전자 등 제조업 기반이 탄탄해 이번 금융위기의 충격을 덜 받으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경제권은 무역금융의 안정세가 수출 기업 실적 호전으로 이어졌고 자산가격 회복, 소비심리 회복 등을 가져왔다. 선진국에 비해 건실한 국가재정상태와 튼튼한 기업과 은행의 재무구조도 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등 아시아국가들은 세계 위기 속에서도 큰 폭의 금리 인하와 공격적인 재정 확대 정책을 펴 성장세를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들은 최근 아시아국가들의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날 세계은행은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동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3%에서 6.7%로 상향조정했다. 내년 성장률도 7.8%로 예상했다.
IMF는 "향후 아시아경제 성장세의 주요 동력은 중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일본의 역할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동아시아 경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42%에서 2014년에는 33%까지 감소하는 반면 중국은 2009년 39%에서 48%로 커져 동아시아경제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은 광대한 내수시장과 공격적인 경기 부양정책으로 올해 8%대 성장에 이어 내년에는 9~10%대의 두자릿수 성장률을 목표로 잡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중국이 내수 주도형 경제로 전환해 2027년에는 GDP규모가 21조달러로 커져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과거 세계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컸던 중화권 경제는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서 서구권에 경제 주도권을 넘겨줬다"며 "그러나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세기 만에 다시 중화권 경제가 주도권을 회복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선진 7개국(G7)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마이너스 3.5%에서 내년 1.25%로 겨우 플러스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됐다.
입력 2009.11.05.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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