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회장의 취임 이후 KT에는 그야말로 '격변의 회오리'가 불었다. 이 회장은 1월14일 취임과 동시에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본사인력 3000명을 현장으로 보내는 등 대대적인 조직 수술에 나섰다. KT의 숙원이던 KTF와의 합병도 전광석화처럼 진행했다. 취임 6일 만에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선언,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회장은 SKLG 진영의 반대에도 불구, 특유의 뚝심으로 합병 작업을 밀어붙였다. 이 회장은 이후 윤리 경영, 클린 경영, 상생 경영에도 적극 나섰다.

CI를 변경하고, 새로운 컨버전스(융합) 사업인 FMC(Fixed-Mobile Convergence) 등 신성장 모델도 제시했다. 이 회장은 KT의 굳은 사고의 틀을 깨고자 했고 인터넷전화의 확산을 막을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였다.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전략 수립에 나섰다. 이를 위해 고가 인터넷전화인 스타일폰 등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상품을 출시했다. 통신 서비스 결합을 통해 비용 절감 등 다양한 혜택도 제공했다.
수년간 논의만 되던 지역본부 존폐 문제도 취임과 동시에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 그 대신 고객에게 필요한 법인단과 마케팅단을 신설하고 현장 영업 인력을 대폭 보강해 현장 중심의 조직으로 탈바꿈시켰다.

조직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불어넣기 위해 검사, 수학자, 화장품 마케팅 전문가 등을 파격적으로 기용하기도 했다. 집전화, 인터넷전화, 이동전화 등 상품별 조직은 홈, 개인, 기업고객 등 고객군으로 나눴다.

낡은 정신을 새로운 발상으로 전환

과거 공기업적인 무사안일 관행과 연공서열식 인력관리 체계를 일대 혁신하기 위해 새로운 인재 경영 시스템도 도입했다. 이 회장은 직원 배치 방식에서도 그동안 본사 중심의 통제 위주 인사 관행을 일소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인력 수요와 공급을 IT 기반의 웹사이트인 'HR 마켓플레이스' 방식으로 전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에는 전국에 퍼져있는 지역 법인의 임원들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경기도 분당 본사로 모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시간을 아껴라"는 이 회장의 질타로 화상회의 시스템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수십 장에 달했던 종이보고서도 없어졌다.
'토토(토요토론회)'는 이 회장의 '스피드 자율 경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장은 자신의 업무영역 외의 분야에서도 임원들이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매주 임원들과 '토토'를 개최했다. 이 회장은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하고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으며 4만여 KT그룹 가족 모두가 주인이 되면 전혀 새로운 KT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격주로 진행되는 ‘토토’에서는 이 회장을 비롯해 모든 임원이 넥타이를 풀고 ‘끝장 토론’을 펼친다. 토론회는 보통 오전 10시쯤 시작하지만 끝나는 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토론 주제 역시 사전에 공지되지 않는다. 직원들의 업무 부하를 막기 위해서다.

KT의 한 임원은 "새로운 통신 기술 트렌드에서부터 주요 정책 결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난상토론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임원 개인의 역량이 그대로 드러난다"며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사업 분야가 아니면 상식에 가까운 질문에도 당황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 임원은 "KT에 대해 이렇게 고민하고, 공부하기는 처음"이라며 "토요일이 다가오면 호기심과 곤혹스러움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회장 이하 임원진이 모두 모여 토론하는 만큼 이 자리에서 대부분의 정책이 결정된다. 그만큼 의사결정이 빨라진 것이다. 과거 KT는 조그마한 사항을 결정하는 데도 몇 달이 걸린 것이 사실이다. KT 협력업체에서는 이를 최고의 불만사항으로 말하곤 했다.
투명 경영, 윤리 경영을 위한 이 회장의 의지는 누구보다 굳건하다. 이미 협력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임원 등 6명을 형사고발하고 19명은 징계위원회에 넘겼다. 하도급 대금 100% 현금 지급, 최저가입찰제 대신 '일물복수가(一物複數價)제도'의 도입 등은 돋보이는 상생 경영 사례다. '일물복수가'제도는 시장가격을 떨어뜨리는 최저가 입찰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 외에 차순위, 차차순위 가격도 인정해 물품을 함께 구매하는 제도다. 이러한 상생 방안이 KT의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이 회장은 "경제학에 공짜점심은 없다. 계약금액으로 보면 남지만 상생을 하지 않으면 유지비용 등이 추가로 더 든다"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인터넷전화 사업의 적극적인 추진, 유·무선을 하나로 합친 컨버전스(융합) 상품 개발 등도 획기적이다. 9개월 만에 이룬 성과로 보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 회장의 이러한 '스피드 경영'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상반기 매출액은 유선전화 매출 감소로 전년 동기보다 줄었지만 비용 절감 노력으로 영업이익은 50%나 증가했다. 이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합병을 진두지휘하면서도 내부적으로 낭비 요인을 제거하고 고감도 비용 절감 노력을 기울인 경영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올레 경영'으로 제2의 창업

통합 KT의 제2의 창업을 선도할 새로운 경영 방향은 '올레(olleh) 경영'이다. 올레 경영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신경영 패러다임이다. 그동안 공기업 형태에 만연한 분위기를 쇄신하고 통합 후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한 새로운 경영 방식이다. 이 회장은 올레에 KT 혁신의 승부를 걸었다. 통합 KT의 새로운 추진력을 바로 역발상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통합 KT의 새로운 추진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올레 경영"이라며 "KT가 미래 100년의 역사를 계속해서 써나가기 위해서는 올레 경영의 강력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T의 역발상 경영을 상징적으로 함축한 용어인 올레는 여러 가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헬로(hello)'의 역순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역발상'의 혁신적인 서비스 제공을 하겠다는 뜻이다. '미래가 온다'는 '올來'라는 의미도 더했다. 새로운 가치인 미래 경영에 매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좋은 길, 작은 길의 제주도 방언인 '올래'와도 상통한다. 이는 고객 입장에서 서비스 또는 'KT로 올레?'라는 소통 경영의 표현이다. 환호와 탄성을 나타내는 감탄사인 'Ole' 역시 고객 및 파트너사들이 KT와 만날 때 느끼게 되는 기쁨과 감동의 고객감동 경영을 추구하기 위한 의미로 해석된다.

KT는 올레 경영의 강력한 추진을 위해 전사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TMT(Top Management Team)회의를 '올레경영회의'로 명칭을 변경했다. 전략과제별로 해당 임원을 책임자로 지정해 과제의 추진실적과 이슈에 대해 올레경영회의에 보고하며, 이를 평가할 계획이다.

제2 창업의 정신을 담아 CI도 기존에 사용하던 'KT'에서 'olleh KT'로 변경했다. 'olleh KT'의 브랜드 형상은 전 세계를 향한 '글로벌 KT의 깃발(Flag)'의 펄럭임을 상징한다. 소문자로 표현해 대문자가 주는 딱딱한 이미지를 벋고 친근하고 부드러운 고객중심 기업이 되겠다는 다짐을 표현했다.

올레는 KT의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하며 예전 공기업 시절부터 지녀온 무겁고 딱딱한 이미지에서 탈피하는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올레 TV광고가 큰 인기를 모으면서 KT가 젊고 창의적이며 역동적인 기업으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서도 KT의 혁신 비결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간판 글로벌 기업이 KT 배우기에 나섰다는 점에서 외부에서 KT를 바라보는 눈길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변하는 KT에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외형적으로는 제 길을 가고 있지만 알맹이까지 혁신됐는가에 의문을 달기도 한다. 이 회장 중심의 일방적인 개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석채 회장이 원하는 '완소KT'로 거듭나려면 스스로 작동되는 혁신이 돼야 한다. 공기업 시절부터 수십 년 동안 뿌리내린 기업의 체질을 단기간 내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KT는 이제 새로운 체질을 다지는 시작점에 서 있다.

표현명 KT 코퍼레이트 센터장
“통신 회사 아니라 즐거움 파는 회사될 것”

코퍼레이트센터는 KT의 경영 전략을 총괄하는 핵심 중의 핵심부서다. KT의 미래 전략을 짜는 두뇌 역할을 한다. 그래서 KT 내부에서는 예전 삼성그룹의 전략기획실로 비유한다. 조직 개편, 인재 등용, 쿡(QOOK)을 비롯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올레 경영 전략'까지 KT의 혁신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이 코퍼레이트센터의 작품이다. 센터장은 KTF 마케팅본부장, KT 휴대인터넷사업본부장을 역임한 표현명(51) 부사장이다.
"가장 혁신적인 부분이요? (웃으며) 보시기에 어떻습니까. 겉으로 보면 광고가 바뀌고, CI도 변경된 게 가장 잘 드러나겠죠. 그러나 KT는 그야말로 뿌리부터 변하고 있습니다. KT는 통신회사가 아니라 즐거움을 파는 회사가 될 겁니다."

표 부사장은 토토(토요토론회)와 화상회의를 통한 스피드 경영, CIC체제의 자율 경영 등을 통해 전 분야에 걸쳐 역발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가장 성공적인 역발상의 사례로 든 것은 다름 아닌 올레. 올레는 이 회장이 코퍼레이트센터에 통합 이미지 개발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영진은 큰 그림만 그리고 세세한 광고 전략은 센터에서 자율적으로 했어요. 이 회장을 비롯해 각 사업부의 대표와 임원들이 한 마디씩 보탰다면 아무 것도 못했을 겁니다. 책임을 확실히 맡겼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거죠.”

혁신의 또 다른 성공요인으로는 '공감대 형성'을 꼽았다. 모든 임직원이 같은 비전을 공유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석채 회장도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가급적이면 모든 정보를 임직원들에게 최우선적으로 제공하도록 한다고 전했다. 예를 들면 쿡 티저 마케팅을 할 때 직원들의 동참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 회장이 티저광고를 사내방송으로 공개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 회장의 배려에 직원들은 적극적인 참여로 화답했다.

사업 측면에선 인터넷전화가 유선전화 매출을 갉아먹더라도 모든 것을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원점에서 철저히 고객과 시장 관점에서 접근해, 고객의 마음을 훔치는 활동을 강화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컨버전스 시대의 키워드는 ‘개방화’입니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접목시켜 지속적으로 컨버전스 상품을 개발하고 있어요. 유선, 무선, 미디어의 융합은 물론 IT 이외의 기업 간 협력도 적극 전개해 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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