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의 품격 그리고 오랜 전통의 선상에서 진화를 추구하는 주력 모델이 바로 E클래스다. 구형 E클래스도 벤츠의 우아함을 잘 살려 낸 역작이었지만, 이번에 국내 출시된 신형 E클래스는 좀 더 역동적이고 '에지(edge·모서리의 예리한 각)'를 살리는 쪽으로 바뀌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구형의 둥근 4개의 헤드램프를 재해석했다는 전면부 디자인이 다소 당혹스러웠지만 실제로 보니 꽤 산뜻하다.

시승 모델은 기본형인 'E300 엘레강스'의 고급형인 'E300 아방가르드'였다. V형 6기통 배기량 3L 휘발유 엔진에 자동 7단 변속기를 얹어 231마력을 낸다. 디자인·편의·안전장비 면에서는 큰 변화가 있지만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등 구동계통)은 구형과 별 차이 없다.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는 건 퇴보일 수도 있지만 차량의 세대가 바뀔 때마다 파워트레인의 큰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벤츠는 이미 익을 대로 익었다.

벤츠 E클래스

전체적인 주행감은 구형과 마찬가지로 강하면서도 부드럽다. 넘치는 출력은 아니지만 필요할 때 충분한 힘을 뽑아낼 수 있고, 가속력도 230마력대 중형 세단치고는 수준급.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8초 이내에 끊는다.

신형 E클래스에는 유럽 고급차에 최근 탑재되기 시작한 첨단 편의·안전장비가 가득하다. '주의 어시스트(ATTENTION ASSIST)'라는 장치는 주행 중 운전자 상태를 차량 내 센서로 파악해 졸음 운전 등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를 경고해준다. 급정차시 브레이크등이 점멸돼 추돌 가능성을 낮춰 주는 기능도 있다. 주차 가능 공간을 체크하는 '파크트로닉', 코너 돌 때 전조등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액티브 라이트'도 기본 장비다.

벤츠 E클래스 실내

벤츠는 지금까지 가격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되는 '자동차의 명품'이었다. 그러나 신형 E클래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놀랍게도 가격이다. 시승차였던 E300 아방가르드는 8150만원이지만 기본형 E300 엘레강스는 6910만원이다. 아방가르드와 동력 성능 및 대부분의 장비가 같고 파노라마 선루프, 통풍시트와 뒷좌석 열선 등 일부 옵션만 빠져 있어 사양 대비 가치는 꽤 높은 편. 구형보다도 700만원쯤 싸다.

이 정도면 동급의 일본산 고급차인 렉서스 GS350(7310만원)이나 혼다 레전드(7690만원)보다 저렴한 것은 물론 현대차 제네시스나 에쿠스와도 가격 비교가 가능하다.

그동안 '호수 위의 백조'처럼 우아하게 떠 있던 벤츠. 경쟁차들의 협공과 세계 경제위기로 다급히 '물갈퀴질'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일까. '값도 비싸지 않다'는 것을 내세우며 한국 고급차시장 공략에 나선 벤츠가 어느 정도 판매를 확대할 수 있을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 훼손이라는 역풍을 맞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