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비롯해 한자문화권에서는 양성자를 반음양인(半陰陽人)이라고 불렀다. 말 그대로 한 사람이 음을 상징하는 여자와 양의 남자의 기운을 반반씩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여자의 성기와 남자의 성기를 동시에 갖고 태어난 사람이다.
양성자는 가장 '완벽한 인간'
양성자의 정식 의학용어는 인터섹스(intersexed)다. 이와 같은 양성인간 또는 자웅동체(雌雄同體)를 허마로다이트(Hermaphrodite)라고도 한다.
양성인간의 원조는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헤르메스와 바람을 피워 낳은 헤르마프로디토스가 바로 그 장본인이다.
그는 원래 남자로 태어났다. 그러나 열다섯이 되던 어느 날 호수의 요정 살마키스의 유혹을 받는다. 그는 유혹을 뿌리치고 도망쳤다. 그러나 뒤쫓아온 살마키스에 이끌려 호수로 들어가게 된다.
헤르마프로디토스를 움직이지 못하게 꼭 껴안은 살마키스는 둘을 영원히 떨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잠시 후 둘의 육체가 정말로 하나가 되어 버린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완벽하게 아름다운 남성의 몸매와 여성의 몸매를 두루 갖춘 양성인을 완벽한 인간으로 칭송하며 많은 사회적 혜택을 부여했다.
그러나 그것은 고대 그리스에서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다. 현실적으로 사회에 적응하기 매우 어렵고 흉물처럼 취급 당했다. 양성자는 우리나라 역사에도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반음양인(半陰陽人)으로 불러
1548년(명종 3년) 11월 18일자의 명종실록을 보면 함경 감사가 혼자 결정하기엔 너무 곤란한 일로 조정에 장계를 올리고 있다. 내용은 "길주에 사는 임성구지(林性仇之)라는 사람이 음양이 모두 갖추어져 지아비에게 시집도 가고 아내에게 장가도 들었으니 매우 해괴하다"는 것이다.
임성구지는 어릴 때부터 생식기 구조가 좀 특이했지만 여자로 자랐다. 혼기가 되어 남자에게 시집을 갔다. 하지만 첫날밤을 맞은 남편은 혼비백산을 한다. 새색시의 은밀한 부위에 생각지도 못한 남성의 성기가 달려 있었던 것이다.
당장 시댁에서 쫓겨났다. 다시 남장행세를 하면서 떠돌다가 여자를 만나 장가를 간다. 그러나 그의 이중 행각은 들통이 난다. 그래서 관청에 끌려가게 된 것이다. 결국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고민에 빠진 함경 감사가 조정에 장계를 올린 것이다. 그러나 임성구지의 생식기는 '장대하다'고 적혀 있다.
장계를 받은 명종도 난감했다. 고민 끝에 옛 사례를 뒤적이던 중 세조 때 일어난 '사방지 사건'의 판례를 찾아냈다. 사방지의 예에 따라 임성구지를 그윽하고 외진 곳에 따로 두고 왕래를 금지하여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지 못하게 하는 판결을 내렸다.
임성구지와 섹스 스캔들 사방지 사건
영화로도 나온 사방지 사건이란 1462년(세조 8년) 4월 임금에게 처음 보고된 조선 최대의 섹스 스캔들이다. 김구석 의 처인 이씨 부인은 일찍이 과부가 되어 홀로 살고 있었다. 그러나 사방지라는 여종과 식사와 잠자리를 10년씩이나 함께 하다 발각되어 임금에게까지 보고된 것이다. 그 때만 해도 동성애를 의심했다.
그러나 조사한 결과 사방지의 다른 정체가 드러났다. 머리모양과 옷 차림새 등은 분명히 여자였으나 옷을 벗겨보니 남자의 음경과 음낭이 달려 있었던 것.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은 다만 요도구(尿道口)가 귀두에 있지 않고 그 아래에 있다는 것뿐이며 여느 건강한 남자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또 여종으로 들어오기 전에도 자신의 고모를 비롯해 다른 여자들과 관계를 맺은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세조는 국문을 해야 한다는 신하들의 청을 뿌리치고 사방지에 대한 처리를 이씨 부인의 가문에 맡기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해 버린다. 세조의 논리는 사방지가 음양을 모두 갖춘 양성인간이니 병자와 다름 없고, 그래서 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조가 그런 판결을 내린 진짜 속사정은 다른 데 있었다. 이씨 부인의 아버지와 며느리가 조정과 긴밀한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양성자는 그렇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양성자 단체라는 이익단체도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모든 인간은 남자와 여자가 동시에 되고 싶은 욕구를 지니고 있다며 양성자는 인간의 심리학적 발전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양성자는 인간 심리학의 발전 가운데 하나"
지난 8월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 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신데렐라 카스터 세메냐(Caster Semenya)가 성(性) 정체성에 휘말려 당사자는 물론 남아공과 국제육상연맹(IAAF) 간의 외교분쟁의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불씨가 된 것은 호주의 유력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라프의 보도에서다. 이 신문은 성 판결검사 결과 세메냐가 자궁과 난소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IAAF의 세메냐에 대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전해지자 성 차별 논란 속에 남아공 정치권을 포함한 각계의 거센 반발을 야기하며 오히려 세메냐가 남아공의 영웅으로 떠오르는 결과를 낳았다.
남아공과 국제육상연맹과 분쟁 조짐
언뜻 남자로 여겨질 정도의 얼굴 생김새와 근육질 몸매, 그리고 저음의 목소리로 성 정체성 논란에 휩싸인 세메냐는 최근 남아공의 한 패션잡지에 화려한 드레스로 치장한 채 모델로 등장 여성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임성구지는 치열한 삶을 살았다. 자신의 신체에 이상이 있음을 알면서도 남성과의 결혼을 감행하기란 쉽지 않았다. 시댁에서 쫓겨난 후에도 절망하지 않고 나머지 한쪽 성의 장점을 살려 다른 여자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그는 요물로 취급 받아 외진 곳에서 사람들과의 왕래가 금지된 채 외로운 여생을 보냈다. 그러나 그의 긍정적 성향을 고려할 때 그는 그곳에서도 분명 마지막까지 충실한 삶을 영위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람에게 나타나는 특별한 생물학적 징후는 하늘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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