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최대 도시인 뭄바이(Mumbai)에 근무하는 우리 회사의 바스와티 부장은 매일 아침 열리는 화상(畵像) 회의에 종종 늦는다. 성실하기로 소문난 그가 지각하는 이유는 뭄바이의 열악한 사회간접자본 때문이다. 비만 오면 철도 운행이 지연되고, 기차역과 간선 도로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사회간접자본 미비로 인도 경제는 매년 2%의 성장 손실을 본다고 한다.

반면 같은 브릭스(BRICs) 국가인 중국은 선진국도 부러워할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대표적 예가 상하이국제공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자기부상열차이다. 30km가 넘는 거리를 7분 만에 주파할 뿐 아니라 시속 430km의 최고 속도에서도 승객들은 흔들림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아직도 인천국제공항과 서울 도심을 연결하는 철도가 완전히 뚫리지 않은 우리 현실과 비교할 때 중국의 엄청난 인프라 투자는 향후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다툴 만큼 위상이 높아졌음을 절감하게 한다. 미국도 19세기 영국 자본으로 동서횡단 철도를 부설했고, 2차대전 후에는 거미줄 같은 고속도로망을 스스로 건설했다.

금융시장에서 미래를 가늠하는 잣대인 주식 시가총액 기준으로 중국은 지난 7월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랐다. 경제 규모를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도 중국이 빠르면 금년 일본을 추월해 2위로 부상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아직 후진국 수준인 2700달러이고, 인도는 이의 3분의 1인 940달러다. 한 세대로 규정되는 지난 30년간 인도의 1인당 국민소득은 연 4%씩 성장한 반면, 중국은 두 배가 넘는 9%씩 증가했다.

일부 전문가는 소프트파워가 중시되는 21세기에 인도가 우수한 두뇌와 IT(정보통신) 서비스산업을 기반으로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점친다. 그러나 인도 정부가 개혁에 앞장서서 복잡한 사회계층 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인도와 중국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낙후된 사회간접자본의 투자를 계속 미룬다면 인도는 높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금세기에는 후진국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인도의 차이점은 정부에서 시작된다. 두 나라 모두 공무원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부정부패에 시달리지만, 중국은 중앙과 지방 행정을 두루 거친 소수 정예의 테크노크라트(technocrat)가 경제 관제탑 역할을 한다. 시장 원리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계획경제 아래 당(黨) 간부가 시중은행장을 겸임하면서 적재적소에 대출을 지시한다. 금년 상반기 사상 유례없는 75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차질없이 진행해 경제를 회복시킨 것도 이들 테크노크라트의 다양한 경험, 우수한 판단력 그리고 강력한 추진력에 힘입은 바 크다.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는 정책의 일관성이 없는 중앙정부가 경제 발전의 걸림돌이 돼왔다. 부(富)와 권력의 과도한 집중이 중산층 육성 등 건전한 사회 발전을 가로막아 왔다. 개혁과 개방을 표방한 만모한 싱(Singh) 정부는 올해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7월 새해 예산안 발표를 계기로 국제 사회의 신뢰를 점차 잃고 있다. 가령 예산안 발표 당일 인도 증시는 6%나 폭락했다. 막상 기대했던 개혁·개방과 관련된 구체적 조치는 없었고, 사회 인프라 투자에 대한 청사진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포퓰리즘이라 비난받은 농민 보조금 증가, 고질적 재정 적자의 확대 등 부정적 측면만 언론에 부각됐다. 인도는 힌두가 인구의 대다수지만, 이슬람 인구도 2억명에 육박한다. 이런 다민족·다인종 국가가 한 단계 레벨업되려면 전 국민이 공유할 가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50여 재벌 패밀리가 국민총생산의 20%와 주식 시가총액의 80%를 소유하는 양극화된 경제·사회구조로는 사회가 일체감을 가질 수 없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슬럼가에 사는 뭄바이 시내에는 지금 인도 최대의 릴라이언스(Reliance)그룹 일가가 1조2000억원의 돈을 들여 27층의 사저(私邸)를 짓고 있다.

기계장치에 대한 설비 투자나 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건설 투자는 자본이 축적돼야 지속적 투자가 가능하다. 중국의 총저축률은 지난 10년간 급증하면서 지난해 56%에 달했다. 인도도 총저축률이 40%에 육박한다. 중국·인도 모두 총저축률이 아시아 평균(34%)이나 미국(12%)보다 높지만, 관건은 이 자금을 장기적으로 경제에 파급효과를 가져다줄 부문에 효율적으로 투자하느냐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금년 상반기 7.4조위안(1조달러)의 대출이 집행됐다. 2차대전 이후 세계 최대 규모의 신용이 창출된 셈이다. 이 중 일부가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기도 했지만, 많은 자금이 SOC 프로젝트에 집중 투입됐다.

중국은 향후 3년간 2조위안을 투자해 2만km의 신규 철도를 건설할 계획이다. 그러면 철도 총연장이 10만km에 달해 인도를 제치고 세계 2위의 철도망을 보유하게 된다. 금년 상반기 1만2000km에 달하는 111개의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신규 발주한 중국은 수년 내 전국적으로 18만km에 달하는 고속화도로 네트워크를 보유할 것이다. 이는 총연장 기준으로 미국의 2배가 넘는다. 또한 중국은 이미 50여개가 넘는 국제공항을 운영하고 있는데, 급증하는 여객 및 화물 수송 처리를 위해 50개 이상의 국제공항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