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대 후반 코스닥 벤처기업 열기 속에 벤처 거품의 대명사로 불렸던 골드뱅크가 상장 11년 만에 증시에서 쓸쓸히 퇴장하게 됐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블루멈으로 이름이 바뀐 골드뱅크는 4일 상장 폐지될 예정입니다. 반기(6개월) 실적 기준으로 2회 연속 50% 이상 자본이 잠식됐고, 부실경영으로 감사인이 반기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의견'을 내기를 거절하는 바람에 상장유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죠.

골드뱅크는 한때 정말 잘나가는 벤처기업이었습니다. 1997년 인포뱅크라는 이름으로 설립돼 같은 해 4월 골드뱅크로 이름을 바꿨고, 다음 해인 1998년 10월 코스닥시장에 등장했습니다. '골드뱅크 인터넷 광고를 클릭하면 돈을 준다'는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사업 아이템은 투자자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시 코스닥시장에서 성행했던 '묻지마 투자' 행태까지 맞물리면서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첫 거래일 개장 시초 가격이 800원이었던 골드뱅크는 1999년 들어서는 16일 연속 상한가를 치는 등 같은 해 5월 3만7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불과 8개월 만에 무려 3700% 이상 주가가 급등한 셈입니다.

그러나 골드뱅크가 기대만큼의 실적을 못 내자 주가는 1999년 말 1만1000원으로 급락했고, 1년 뒤인 2000년 말에는 900원까지 추락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2002년 이름을 코리아텐더로 다시 바꾸고 재기를 노렸지만 회복은 쉽지 않았습니다. 설립자인 김진호씨는 100억원대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과 집행유예, 해외도피 등을 반복하면서 '1세대 벤처스타'에서 '공금 횡령범'으로 전락했습니다. 회사 이름은 그랜드포트·룩소네이트·블루멈 등으로 계속 바뀌었고 최대주주도 열 번 이상 변경됐습니다.

블루멈의 31일 종가는 전날보다 28% 넘게 하락해 25원에 마감됐습니다. 26일부터 9월 3일까지 투자자들이 마지막으로 환매할 수 있게 하는 정리매매가 끝난 후에 상장폐지될 예정입니다. 각광받던 벤처기업이 몰락하는 모습은 정말 씁쓸합니다. 우리 기업들이 건전한 경영과 뛰어난 기술로 제2의 골드뱅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