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인을 조각했는데, 그 조각의 주인공이 인간으로 바뀔 수 있다면?

이상형의 여인을 좇는 이 땅의 총각들 로망이지 않을까? 정말이지 나만의 스타일의 이성을 그대로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이 될 것인가.

그리이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루스의 왕 피그말리온(Pygmalion)이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했다. 갈라테아라는 이름의 이 조각상은 땅 위의 어떠한 여인과도 비교할 수 없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갖췄다. 자신의 작품에 완전히 매료된 피그말리온은 결국 갈라테아를 흠모하게 된다. 예쁜 옷을 입히고, 보석으로 장식을 해 주기도 했다.

자신의 아내인 것처럼 침대에 눕혀 같이 잠을 청하면서 깊이 사랑했다. 피그말리온은 이 여인상을 아내로 맞이하게 해 달라고 간절히 빌었고, 이러한 그의 사랑에 감동한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갈라테아에게 생명을 주었다.

마침내 이 한 쌍의 연인은 결혼하게 된다. 무언가에 대한 기대나 예측이 피그말리온에 대한 신화에서처럼 그대로 발생하는 경향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경제에서도 이와 같은 효과가 자주 나타난다.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이 향후 경기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다면, 실제 펀더멘탈과 관계없이 경기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재정투입과 확장적 통화정책을 쓰더라도 소비와 투자가 쉽게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향후 경기의 진행과 관련해 경제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저마다 L자형, U자형, 또는 스포츠 회사 나이키사의 문양과 같은 형태의 회복을 각각 점치고 있다. V자형의 급격한 회복을 점치는 전문가는 적어 보인다. 반면 W자형의 더블딥을 우려하는 경제학자도 많다.

글로벌 경제의 회복은 결국 미국 경제의 회복과 맞닿아 있다. 미국 경제가 회복 기조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 '안개속'이다. 곳곳에 불안요소가 잠복해 있다. 급등하고 있는 국제유가, 막대한 재정적자가 미국 경제를 어디로 끌고 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은행권의 부실채권, 그리고 이에 따른 엄격한 대출심사와 저조한 투자도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미국 경제의 불안요소는 금리 오름세다. 금리가 오르면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회복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는 정부당국에게는 큰 부담이다. 투자도 기대하기 어렵고, 특히 주택가격의 회복은 더욱 멀어진다. 외국 자본의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미국 경제의 회복 지연, 달러화 추가 약세가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정부의 모든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신흥시장의 움직임도 금리상승 요인이다. 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위협받고 있어 외국인의 미 국채매입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있다. 금리상승으로 이어질 요인일 뿐만 아니라, 국가신용 등급 하락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곳곳이 암초 투성이인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요인들이 깔려 있는 와중에도 꾸준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경제지표가 있다. 바로 미국의 소비자 신뢰지수다. 이는 말 그대로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를 나타내는 지수다. 경기선행지표의 하나로서 경기의 터닝 포인트 포착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

대표적인 것으로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와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가 있다. 이들 지수가 6~7월 중 다소 내림세를 보였지만 올들어 매우 양호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기대가 희망적이라는 얘기다.

'믿는 대로 되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신뢰하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세계경제 전망을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 하나만 보고 판단할 순 없다. 그러나 어차피 경제라는 것은 경제주체의 심리에서 비롯되는 것 아닌가. 실지로 미국의 위기를 불러왔던 주택가격 하락세가 올 들어 완전히 멈추고 최근 반등하고 있다. 희망은 역시 마음에서 싹트는 것이다.

박용하 연구위원

◆박용하는?

현재 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연구소 내 국제경제팀장을 거쳐 구미(歐美) 경제파트를 이끌고 있다. 한 때 국내 일간지에서 경제부·국제부 기자로 다양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에선 국제금융부, 국제업무부, 외화자금부, 자금거래실, 런던지점 등에서 근무하며 국제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와 고려대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KAIST 금융공학과정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