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부모는 딸 많이 낳는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부부가 다 잘 생겼는데 불행하게도 아들이 아니라 딸을 많이 낳게 돼서 좀 안됐다는 말인가? 아니다. 잘 생긴 남자보다 잘 생긴 딸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딸을 많이 낳는다는 이야기다.
잘생긴 남자와 잘 생긴 여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누가 유리한가를 보자. 우선 좋은 대학에는 누가 더 많이 들어 가는가? 어려운 각종 고시에 누가 더 많이 합격하며, 누가 의사가 많이 되며, 좋은 직장에 많이 들어 가는가? 당연히 여자다.
현실적으로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고 유리하다는 경쟁력 때문에 딸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가? 유전자나 DNA가 조정하지 않는 이상 과학적으로 볼 때는 도저히 납득하기가 힘든 일이다.
그렇다면 난봉꾼은 어떠한가? 아들을 많이 낳는다. 아들을 원하며 경쟁력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경쟁력이 50대50의 성비(性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인가?
"잘생긴 여자가 꽃미남 보다 경쟁력 높기 때문"
최근 화제가 된 연구결과다. 부모의 외모가 매력적일수록 딸을 더 많이 낳고, 반면 부모의 사회적 성적(socio-sexual) 경향이 자유분방하고 문란할수록 아들을 더 많이 낳게 된다는 내용이다.
일본 출신의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 경영학과 교수로 진화심리학이 전공인 카나자와 사토시(金沢聰) 교수와 헝가리 외트뵈스대학 동물학과의 페터 아파리(Peter Apari) 교수는 최근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에서 밝힌 사실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외모가 잘 생긴 부모의 경우 딸을 낳을 확률이 10% 이상 높다.
TWH라는 이론이 있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인 드리버스(Robert Thrivers)와 윌라드(Dan Willard)가 주장한 이론으로 자손의 성 결정(sex allocation)에 부모의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가설(hypothesis)이다. 두 사람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매력적인 부모는 12% 이상 더 딸을 낳아
카나자와 교수와 아파리 교수는 논문을 쓰기 위해 1994년판 미국 전국 인구사회 조사(US General Social Surveys) 자료와 전국 청소년건강편람 등에 나온 자료를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부모의 외모가 매력적인 부부일수록 첫 아이를 딸로 낳을 확률이 56%, 아들을 낳을 확률은 44%로, 딸을 낳을 확률이 12% 포인트 더 높았다. 반대로 사회적성적(socio-sexual)으로 자유분방한 사람일수록 첫 아이를 아들로 낳을 확률은 딸을 낳을 확률보다 19% 포인트가 높았다.
사회적성적으로 자유분방하다는 것은 부모의 섹스 파트너의 수, 섹스의 회수, 섹스에 대한도덕적 의무의 결핍 등을 정도에 따라 논문작성자가 평가한 내용이다. 다시 말해서 섹스에 대해 무질서하고 사회적으로 방탕하다는 지적을 받는 부모의 경우 아들을 낳을 확률이 많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유리한 환경이 자식에게도 유리할 경우 성비(sex ratio)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키가 큰 경우는 아들을 낳을 확률이 많다는 내용도 된다. 키가 큰 딸보다 키 큰 아들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성적으로 문란한 부모는 아들을 더 낳아
이러한 결과에 대해 카나자와 교수는 "외모가 아름다운 부모는 역시 매력적인 자녀를 낳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왕이면 아름다운 외모로 더욱 자식 번식경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는 딸을 낳을 확률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즘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꽃미남이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잘 생긴 남자의 경우 데이트 상대로는 인기가 높지만 안정된 가정을 꾸릴 배우자로서는 인기가 없고, 여자들의 꼬임 때문에 무책임한 남편이 되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 카나자와 교수의 지적이다.
반면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부모는 유전학적으로 역시 자유분방한 자녀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기왕 자유분방한 자식을 낳을 바에야 아들로 선택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얄궂게 표현하자면 자녀가 바람기를 갖고 태어날 바에는 딸보다 아들이 생존경쟁에서 차라리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들을 더 낳는다는 주장이다.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여성은 남편의 질투심 때문에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 또한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남성은 섹스 파트너가 2명 이상이며 결혼을 하드라도 가정과 사회생활 등에 책임을 덜 지는 특성을 갖는다.
"돈이 많거나 권력자는 아들이 많아"
카나자와 교수는 자신의 연구에 대해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한마디로 마돈나는 마돈나를 낳고 창녀는 창녀를 낳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화 심리학은 심리학의 한 분야로 인간의 두뇌가 무의식적으로 추구하는 진화의 목표를 연구함으로써 인간 행태를 이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학문이다. 인간의 두뇌에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자산을 자손번식에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연 선택, 또는 자연 도태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프로그램화돼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또한 돈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은 아들을 많이 난다고 주장한다. 돈이나 권력은 남자들에게 특히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 같은 차원에서 미인이나 잘 생긴 사람들이 딸을 많이 낳는 것도 아름다움이 여성들에게 더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왕실에서 아들이 많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들은 또한 미국에서 첫째 아이로 딸을 낳는 비율이 평균 48%인데 비해 잘 생긴 미국인들의 경우는 그 비율이 56%로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그 같은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어떤 유전인자나 DNA가 성비를 결정짓는다는 것이 아니다. 인간에게 유리한 환경과 무의식적인 심리가 뇌에 영향을 미치며, 결국 하나의 진화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은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학문이다.
잘 생긴 여자, 남자 이야기는 그 정도하고 접자. 그렇다면 부부가 의사인 집안에서는 누가 더 많이 태어날까? 법조계 집안에서는? 그리고 교수 집안에서는? 옛날과 달리 이제는 여자가 더 많이 태어날까? 주위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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