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첫 하이브리드카(전기모터와 석유엔진을 함께 움직여 연료를 아끼는 차) 아반떼 LPG 하이브리드에서 '휘발유 가격 환산 연비'라는 생소한 개념을 선보였다. 실제 연비는 L(리터)당 17.8km이지만, 이 차량에 휘발유 1L의 비용을 연료비로 투입해 갈 수 있는 거리를 나타내 본 것이다.
현대차가 이 같은 특이한 연비계산법을 선보인 이유는 간단하다. 일반인들은 아반떼 같은 세단 형태의 차량에 LPG 연료를 사용할 수 없지만, 오직 경차와 하이브리드카에 한해서는 LPG 사용이 허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연비 계산법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제성을 부각시키기에 안성맞춤이다. 한마디로 아반떼보다 연비가 더 높다고 홍보하기 좋은 것이다. 현대차는 현재 LPG 값을 기준으로 이 같은 계산법을 적용할 때,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휘발유 가격 환산연비가 38~39km에 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반 아반떼는 휘발유 1L로 15.2km를 갈 수 있지만, 아반떼 LPG 하이브리드에 휘발유 1L의 금액만큼 LPG를 사서 넣으면 38~39km를 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 같은 계산법은 LPG 연료가 지금처럼 휘발유보다 절반 정도 저렴해야 한다.
하지만 이 생소한 휘발유 가격 환산연비의 개념을 통해서는 정말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연비가 뛰어난지 아닌지를 쉽게 알기는 어렵다. 다른 연료를 쓰는 차종들과의 정확한 비교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반떼 하이브리드 출시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휘발유 가격 환산 연비'를 다른 차들에 적용해 경제성을 비교하고,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진짜 연비 향상 폭이 어느 정도인지 분석해 봤다. 현재 휘발유 1L에 1650원, 경유 1439원, LPG 754원으로 계산했다.
◆휘발유 환산 연비로 따지면 디젤차도 L당 20km 넘어
아반떼 하이브리드가 LPG를 사용한다고 해서 이를 휘발유를 넣는다는 가정하에 연비를 발표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기존 LPG·디젤 차량도 전부 휘발유 가격 환산 연비로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디젤차에 휘발유를 넣는다고 가정하고 휘발유 1L의 가격을 연료비로 투입했을 때 주행가능 거리를 환산하면, 현재 판매 중인 디젤 자동변속기 모델 가운데 푸조 308 MCP는 L당 22.4km, 현대차 베르나 1.5 디젤은 L당 21km로 공인연비가 올라간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하이브리드 차종 가운데 가장 높은 연비를 자랑하는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의 L당 23.2km와 비교해도 손색없다. 디젤차가 실제 주행 시 공인연비에 더 근접한 수치를 낸다는 것을 감안하면, 시빅 하이브리드보다 더 경제적일 수 있다.
또 기아차 카렌스 LPG의 경우도 실제 연비는 9.8km에 불과하지만, 이를 휘발유 가격으로 환산한 연비는 21.4km에 달한다. 연료비만 따졌을 때 카렌스 LPG의 경제성이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와 비슷한 수준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순전히 연료비 투입량 대비 주행가능 거리만을 따진 것이다. 물론 디젤차는 동급 휘발유차보다 200만~300만원 비싸다는 것, LPG 차량은 충전소가 적어 불편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단순하게 경제성을 따지기가 쉽지 않다.
◆아반떼 하이브리드 실제 연료 절감폭은 휘발유 아반떼 대비 약 45%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기존 휘발유 아반떼보다 연비가 얼마나 좋아진 것일까.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공연연비는 L당 17.8km. 그러나 단위 면적당 에너지양이 휘발유보다 떨어지는 LPG를 쓰기 때문에, 휘발유를 연료로 썼다면 이보다 연비가 좋아진다. 현대·기아차의 동급 모델을 비교하면, LPG 모델보다 휘발유 모델이 연비가 30% 정도 좋은 편이다. 따라서 아반떼 하이브리드가 LPG 대신 휘발유를 썼더라면 공인연비는 L당 약 23km로, 현재 판매 중인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휘발유 사용)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아반떼 휘발유 모델의 연비(L당 15.2km)와 비교하면 약 45% 이상 연료를 아낄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연비를 23km 수준으로 가정한다 하더라도, L당 30km를 넘어서는 도요타·혼다의 하이브리드카에 비해 수준이 한 단계 떨어진다. 그러나 현대차가 처음 내놓은 하이브리드카치고는 상당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반떼·포르테 하이브리드는 우선 국내시장에서 일본산 하이브리드카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으며, 다음 모델부터는 연료절감 폭이 더 큰 하이브리드카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