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조직폭력배는 타고 나는가요?"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해야 정답이다. "다 타고 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선천적으로 타고 나기도 합니다"
 
선천적이라는 게 뭔가? 후천적인 환경에 관계없이 태어날 때부터 생물학적으로 조폭의 소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생물학적이라는 것은 유전적이라는 이야기다. 얄궂게 표현하자면 아예 사주팔자에 조폭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는 이야기다.

사람의 품성과 기질은 유전자에 달려 있다. 품성과 기질뿐만 아니다. 모든 것이 우리가 갖고 있는 유전인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사람에 대한 생물학적 분석이다. 그렇다면 조폭이 되는 것도 유전자의 장난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나는 누구인가? 나를 나라고 생각하는 나는 누구인가? 열심히 불도(佛道)를 닦고 있는 스님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용맹 정진하는 화두일수도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는 "나는 유전인자가 시키는 대로하는 거추장스러운 몸 덩어리, 아니면 말 잘 듣는 로봇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유전자에 따라 남자의 폭력성이 달라지며 특정 유전자를 가진 남자는 폭력조직에 가입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총과 칼 같은 살인적인 무기를 사용하는 범죄인이 될 가능성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소위 전사(戰士) 유전자(gene warrior)라는 것이다. 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 청소년은 다른 사람들보다 폭력집단에 가입하거나 흉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외부의 자극에 대해 너무 민감하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쉽게 조직적인 폭력집단에 가입하며 흉기를 휘두르는 잔인한 폭력배로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생물사회 범죄학자로 유명한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의 케빈 비버(Kevin M. Beaver)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진행했다. 미국 국립청소년보건연구(NLSAH)에 등록된 2천500명의 청소년을 상대로 그들의 DNA 자료와 생활방식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결론을 얻었다.

전사 유전자는 모노아민 산화효소(MAOA, Monoamine oxidase A)라는 유전자다. 이 유전자가 있는 청소년은 미래에 폭력조직에 가입할 확률이 높고 조직원이 돼서도 더 폭력적이며 총과 칼 같은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성에게도 있다. 그러나 저항력이 강해 힘 못써"

전사 유전자는 일부 여성에게도 나타났다. 그러나 재미 있는 것은 이 유전자의 역할은 남자에게만 해당됐으며 여자 청소년은 MAOA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도 이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기 때문에 폭력성을 강하게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폭력을 나타내고 싶어도 이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자가 조폭이 되지 않는 것은 힘이 없어서가 아니다. 조폭에 가입해서는 안 된다는 사고가 이를 제어한다는 이야기다.

과학자들은 그 동안 사람의 유전자와 반사회적인 행동과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조직폭력배나 총기사용 등과 같은 범죄와 관련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리지 못했다. 사실 폭력조직은 전통적으로 사회적 현상으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그것이 유전자라는 생물학적 원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MAOA의 변이(variants)에 따라 폭력조직 가입 가능성뿐 아니라 조직 안에서 더 폭력적으로 행동하고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그들은 또한 "과거의 연구들은 전사 유전자가 반사회적인 행동이나 폭력성과 관련해 과소 평가한 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유전자가 인간의 폭력적인 성향과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2년 한국을 방문한 뉴질랜드 마오리족 공연단

마오리족 폭력성 연구에서 시작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종족은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이다. 과학자들은 2006년 마오리족의 폭력성과 관련해 전사 유전자를 둘러싼 논쟁을 시작했다. 이 유전자는 기분이나 행동과 관련이 있는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 물질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뇌에서 공격성, 기쁨 등의 기분을 전달하는 화학물질 생산을 조절하며, 알코올과 만나면 세로토닌을 파괴해 폭력성을 더욱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사 유전자는 개인에 따라 자극에 대한 공격성의 정도가 달라진다.

한술 더 뜬 학자도 있다. 미국 밴더빌트 대학의 크레이그 케네디(Craig Kennedy) 교수다. 과학수사요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는 그는 인간의 폭력성은 자연스러운 본능이라고 주장한다. 누구나 할 것 없이 흉측한 범죄인처럼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공격성 유발 유전자가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 당연한 사실로 섹스, 음식, 약을 원하는 것처럼 본능적으로 폭력성을 갈망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공격성은 협동심 같은 감정처럼 유전적으로 전해지는 인간의 기본 감정이며 대부분의 포유동물은 각자의 방식으로 공격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흉악한 범죄들이 후천적인 환경에 의해 발생한다는 기존의 개념에서 유전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는 범죄생물학이 점차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유전자 코드를 해독하면 상대방의 범죄성향까지도 알 수 있다는 이야기며, 이는 인권침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심지어 연쇄살인이나 강간과 같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미리 격리시키는 범죄예방이론이 고개를 들 수도 있다.

유전자해독이 가져다 주는 피해 심각해
 
유전자가 모든 것을 설명하는 시대가 왔다. 장수할 유전자와 단명(短命)할 유전인자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고질적인 질병 예방과 치료, 수명연장이라는 생명과학이 다른 한편으로 가져다 줄 사회적 파장은 엄청나다.

아무리 훌륭하게 보이는 상대방이라고 해도 살인 유전자나 단명할 유전자를 갖고 있다면 결코 반려자로 택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 취직하기도 힘들 것이다. 또한 보험회사들이 기피하던지, 아니면 차등 지급하려고 할 것이다.

유전자 해독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라는 한 과학자의 주장이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민등록번호 때문에 모든 것이 들통이 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만약 당신이 그렇게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결혼 전 당신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DNA를 알기 위해 당신이 입원했던 병원자료를 입수하기 위해 심부름 센터에 의뢰했다면 어떡할 것인가? 또 마찬가지로 당신은 그렇고 싶지 않은가? 무서움이 생명과학 속에 숨어 있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욱'하는 성격도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