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 산업전문지 닛칸코교신문은 29일 "소니와 샤프가 차세대 LCD 패널 생산 공장에 상호 지분 투자해 공동 생산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소니가 내달 1일 설립되는 샤프의 사카이 공장 법인 '샤프디스플레이프로덕트'의 지분 10%를 내년 3월까지 인수하는 등 총 1000억엔(약 1조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것. 합작공장의 총투자비(3800억엔) 중 나머지는 샤프가 투자하기로 했다.
보도가 나가자 블룸버그는 신문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보도했고, 소니도 "현재 샤프와 합작법인 설립문제를 논의 중이며 조만간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니가 6년간 지속해온 삼성전자와의 'LCD 밀월관계'를 깨고 샤프와 새로운 동맹을 맺을 것인지에 대해 한·일 양국의 전자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니에 구애하는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소니는 지난 2004년 공동으로 2조1000억원을 투자, LCD 합작법인(S-LCD)을 설립했다. 이 합작법인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두 회사가 나눠 갖는 방식이었다. 지금까지 총 5조7000억원을 투자했으며, 생산라인도 7세대, 8세대 1·2라인 등 세 곳으로 늘어났다. 소니는 이 합작법인을 통해 전체 LCD 소요량의 70% 이상을 충당했다.
문제는 합작법인에 대한 소니의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소니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 한마디로 "합작법인이 삼성 좋은 일만 했다"는 것. 세계 LCD TV시장에서 경쟁하는 삼성에서 가장 핵심적인 LCD 패널 부품을 구매하다가 TV시장에서 삼성에 따라잡혔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최근 친(親)삼성 인사였던 주바치 료지 사장이 퇴진하고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이 TV 부문의 전권까지 장악하자, 소니 안팎에서는 "구조조정에 나선 스트링거 회장이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든 짚고 넘어갈 것"이라는 설(說)이 파다했다.
삼성전자의 이윤우 부회장과 이재용 전무가 지난 4월 일본 도쿄 소니 본사를 찾아가 스트링거 회장을 만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또 스트링거 회장이 지난 6월 초 합작법인의 새로운 생산라인 준공식에 참석함으로써 삼성의 구애가 어느 정도 성과를 맺은 것으로 평가됐다. 삼성전자의 고위 관계자도 일본 신문의 보도와 관련, "소니의 공식 통보나 발표는 없었다"며 "소니와의 협력관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소니, 삼성전자와 샤프의 경쟁 유도 전략
하지만 소니 내부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삼성의 견해와 온도 차가 있다. 스트링거 회장의 한국 방문도 기존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차원이지 결코 미래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소니측의 한 인사는 "스트링거 회장의 한국 방문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소니는 삼성과의 관계에 대해 불편한 점이 있고,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소니가 삼성과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끊을 수 있는 입장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14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한 소니가 기존 거래관계를 청산할 정도로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IT업계에서는 소니가 삼성전자와 샤프를 경쟁시키는 방식으로 LCD 패널 공급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소니가 삼성전자와 샤프 이외에 LG디스플레이와 패널 공급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란 해석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르면 7월 말쯤 소니가 패널 구매 여부를 결론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