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선 학교에서 "칠판 글씨가 잘 안 보인다"고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햇빛이 비치면 칠판이 너무 반짝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실태조사를 했더니, 학교에 납품되는 칠판의 95% 이상이 햇빛 반사도(광택도)가 KS 기준치를 초과하는 '반짝이 칠판'으로 드러났습니다. 75도 각도에서 빛을 비췄을 때 광택도는 통상 12% 이하여야 하는데, 20개 업체의 칠판 가운데 19개가 광택도 20% 이상의 부적격품이었습니다. 광택도가 12%를 넘으면 복도 쪽 줄이나 뒷줄에 앉은 학생들은 햇빛 반사 때문에 칠판 글씨를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일부 제품은 광택도가 73%로 글씨를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반짝이고, 이 때문에 시력 저하·장애까지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선 학교에서는 "칠판 글씨를 보기 힘들어 수업받기 힘들다"거나 "눈이 부시고 아프다"는 학생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런 일은 일선 학교에서 일반 분필 대신 기름을 섞은 물백묵이나 마킹펜 사용이 크게 는 게 원인입니다. 마킹펜 등의 필기구를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 거친 목재 칠판 대신 매끈하고 햇빛 반사도가 높은 철판 재질의 칠판이 급속도로 보급된 것입니다.

현재 학교에 보급된 칠판의 95% 이상이 철판 재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광택도 기준에 맞는 칠판은 금속에 유리를 입힌 법랑 재질의 고가 수입품(1개)뿐이었습니다.

정부는 뒤늦게 학생들의 학습 능률 향상과 시력 보호를 위해 광택도가 기준치를 넘는 칠판은 올 여름방학 중 교체토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기술표준원의 박인규 생활제품안전과장은 "학교와 제조업체가 광택도 문제를 자율적으로 시정하지 않으면 칠판을 안전관리대상 품목으로 지정, 기준 미달 제품은 납품을 금지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필기구에 칠판을 맞추려다 학생들만 엉뚱한 피해를 입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