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헬리콥터 날개처럼 생긴 껍질에 들어 있는 단풍나무 씨앗이 바람에 날아다닌다. 단풍나무 씨앗의 날개가 곤충이나 벌새, 박쥐의 날개처럼 소용돌이를 이용해 공중으로 뜨는 힘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로 씨앗 날개는 초소형 헬리콥터였던 셈이다.

네덜란드 와게닝덴대의 데이비브 렌팅크(Lentik) 교수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의 마이클 디킨슨(Dickinson) 교수 공동연구진은 지난 12일 '사이언스(Scienc)'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단풍나무 씨앗 날개의 비밀은 껍질 날개 위에서 발생하는 '앞전 와류(leading edge vortex)'란 소용돌이"라고 밝혔다.

씨앗 날개는 헬리콥터 날개처럼 얇고 경사가 져 있어 공중에서 빙글빙글 돈다. 연구진은 단풍나무 씨앗 날개보다 10배 큰 플라스틱 모형 날개를 만들었다. 기름이 들어 있는 통에 날개를 넣고 로봇 팔로 회전시켰다. 기름 속에는 레이저를 반사시킬 수 있는 작은 유리구슬들을 넣었다. 레이저를 비추자 모형 씨앗 날개가 돌 때 날개 위쪽에 유리구슬들의 소용돌이가 포착됐다.

단풍나무에 쌍으로 매달린 씨앗 날개. 땅으로 떨어질 땐 따로 분리된다. 씨앗 날개는 마치 헬리콥터 날개처럼 회전하는데, 이때 날개 위쪽에 씨앗을 위로 뜨게 하는 소용돌이가 발생한다.

소용돌이는 날개 위쪽의 공기압력을 낮춘다. 이러면 토네이도가 회전하면서 아래쪽 공기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씨앗 날개도 위로 빨려간다. 덕분에 씨앗 날개가 공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때 바람이라도 불면 더 먼 곳으로 날아갈 수 있다.

연구진은 실제 씨앗 날개에서도 소용돌이를 확인했다. 연기로 가득 찬 통 안에서 씨앗 날개가 돌자 날개 위쪽의 연기가 소용돌이쳤다. 분석 결과 날개가 있는 씨앗은 일반 씨앗보다 공중에 뜨는 힘이 두 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스웨덴과 미국 연구진은 곤충이나 벌새, 박쥐가 날개를 퍼덕일 때 날개 위쪽에 앞전 와류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박쥐의 경우 이런 소용돌이가 위로 뜨게 하는 양력(揚力)의 40%를 공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이나 식물 모두 하늘에선 같은 비행원리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렌팅크 교수는 "씨앗 날개의 소용돌이는 공중에 더 오래 머물게 하는 낙하산이나 행성 탐사용 초소형 헬리콥터 비행체 개발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