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상공에는 수많은 첩보위성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정체 모를 위성까지 가세할 뻔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우리에겐 이런 수상한 위성들을 감시할 방법이 없다. 최근 들어 독자적인 위성감시시스템 개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2년까지 레이저위성추적시스템 개발
한국천문연구원은 작년 초 국내 최초의 '레이저위성추적시스템(SLR, Satellite Laser Ranging)' 개발을 시작했다. 연구원은 2012년까지 230억원을 들여 지름 1m짜리 레이저 반사거울을 단 고정형 시스템과 지름 60㎝ 이동형 시스템 2기를 구축할 예정이다.
레이저위성추적은 거울로 빛을 비춰 지상에서 위성까지의 거리를 알아내는 것이다. 지상에서 레이저를 쏘고 위성에서 반사된 빛을 다시 지상에서 받는다.
레이저의 속도를 알고 있기 때문에 레이저가 우주공간과 지상을 오고 간 시간을 알면 지상에서 위성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다. 이 방법으로 SLR은 위성의 위치를 ㎝ 단위로 알 수 있다.
물론 SLR의 근본 임무는 과학연구다. 천문연구원 박종옥 우주측지연구부장은 "지구 내부의 물질에 따라 위성을 끌어당기는 중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위성의 고도도 미세하게 변한다"며 "SLR로 지구 상공을 지나는 위성의 위치를 알아내면 지구 내부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원리로 이동형 SLR은 특정 지역의 지하 지질구조를 알아낼 수 있다. 올 7월 국내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KSLV 1호에 실려갈 과학기술위성에는 레이저위성추적을 위한 레이저 반사경이 국내 처음으로 장착됐다.
◆군사용으로도 활용 가능
SLR은 첩보위성 운용이나 감시에 활용될 수도 있다. 2011년 발사 예정인 다목적실용위성 3호에는 군사위성급 70㎝ 해상도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여기에도 레이저 반사경이 달린다. 특정 지역을 정확하게 촬영하려면 위성의 위치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중국에서는 레이저 반사장치를 달지 않은 위성도 SLR로 추적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은 기본적으로 금속으로 돼 있기 때문에 반사경이 없어도 레이저를 반사시킬 수 있다. 따라서 레이저 측정기술을 발전시키면 반사경이 없는 수상한 위성도 추적할 수 있다.
나아가 무기로도 발전할 수 있다. 돋보기로 빛을 모으면 종이를 태울 수 있듯 레이저도 한데 모으면 강력한 열을 낸다. 적국에서 발사한 미사일이나 특정 위성을 요격하는 데도 SLR이 활용될 수 있다는 말이다. 공군이 천문연구원의 SLR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이스라엘에서는 SLR을 감시보다는 무기체계에 포함시키고 있다.
◆위성 촬영하는 천체망원경
레이저로 위성의 위치는 파악할 수 있지만 모양은 알 수 없다. 이는 천체망원경이 담당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천체망원경은 하루에 한 번, 즉 360도를 도는 별을 관측한다. 반면 첩보위성은 초당 몇 도씩 움직인다. 별보다 수백배 이상 빠르게 이동하는 셈이다.
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 이태형 겸임교수는 "위성을 추적하려면 그만큼 천체망원경의 이동속도도 수백배 빨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천체망원경은 속도의 한계 때문에 위성이 지나간 궤적 정도만 촬영할 수 있다.
하지만 고속 이동 천체망원경은 위성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줄 수 있다. 최근 양구 천문대에 이와 같은 성능의 천체망원경이 설치됐다. 해외에서는 동종의 망원경으로 국제우주정거장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데 성공한 적 있다.
고속 이동형 천체망원경은 100억원대로 위성감시 기술 중 가장 싸다는 장점이 있다. 이태형 교수는 "일단 저렴한 천체망원경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레이저와 레이더로 발전시키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LR은 보통 수백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구 상공 수백㎞에 떠 있는 위성을 감시할 만한 레이더는 가격이 수천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천체망원경과 SLR의 협업도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천체망원경으로 위성을 감시할 때 먼저 SLR로 레이저를 쏜다. 말하자면 위성에 레이저란 조명을 비추는 셈이다. 이렇게 하면 위성이 더 밝아져 천체망원경으로 더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천문연 박종옥 부장은 "SLR과 광학망원경, 레이더가 조화돼야 본격적인 우주감시체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