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국악이 네티즌을 사로잡았다. 여성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의 신곡 'Gee'를 국악으로 재해석한 '국악소녀의 Gee'는 키위닷컴(keywui.com)과 유튜브(youtube.com) 등 주요 동영상 사이트에서 5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네티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야금과 장구, 그리고 어쿠스틱 기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악기의 환상적인 협주에 네티즌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유튜브에서는 '할 말을 잃을 정도로 너무 멋진 연주' '한국을 방문하면 훌륭한 전통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원곡을 들어보진 못했지만 전통악기의 연주에 감동했다' 등 외국인들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바로 한국의 소리를 뜻하는 신 국악그룹 '소리아'(소리와 코리아의 합성어)의 연주 동영상이다. 동영상에서 장구을 연주한 타야(21)씨는 "국악은 지루하고 재미없고 낡은 것이라는 편견이 늘 아쉬웠다"며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서기 위해 만든 영상인데 이렇게 큰 반응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대중가요를 국악 장단으로 편곡해 연습을 하고 있지만 Gee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몇 배의 노력이 필요했다. Gee의 리듬이 기존 국악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가락이었기 때문에 장구를 거의 세우고 채편(장구통의 오른쪽 가죽)만 두드리며 리듬을 맞췄다.
서양음악은 일정한 박자와 강약으로 선율을 조정하지만 국악은 서로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완벽한 팀워크가 없다면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연주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매일 하루 9시간씩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연습을 하고 있으니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사이가 됐다.
국악의 정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소리아의 공연은 항상 역동적이다. 이들의 공연은 모두가 일어선 채로 이뤄지고 어깨를 드러낸 개량 한복과 짧은 치마는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무대 위에서는 더욱 열정적이다. 설장구(일어서서 장구를 어깨에 걸어 메고 치는 장구)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무대 이곳저곳을 돌며 청중을 압도한다. 키보드를 연주하는 듯한 가야금 연주법은 마치 나비가 현 위를 노니는 듯하고 해금 켜며 사뿐히 내딛는 발걸음은 그 음색처럼 우아함이 묻어난다. 타야씨는 "움직이며 공연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했지만 악기의 리듬을 따라 저절로 춤사위가 펼쳐진다"며 "몸속에 한국인 특유의 리듬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리아가 단순히 대중음악을 국악기로 표현하는 퓨전국악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가야금을 맡고 있는 지예(23)씨는 자신들의 음악을 "이 음악 저 음악을 섞는 퓨전 국악이라기보다 대중가요나 팝을 국악의 가락에 맞게 재해석한 신 국악"이라고 표현했다. 이문세의 '붉은노을'을 국악의 흥겨운 가락인 자진모리장단을 그대로 살려 연주하는 등 소리아의 음악엔 항상 우리의 가락이 바탕에 깔려 있다. 국악기로 대중음악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음악을 국악에 맞게 편곡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음악은 모두에게 친숙하게 다가서기 위한 양념일 뿐, 주 활동무대는 역시 국악이다. 단 국악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작곡해 대중과 함께 호흡하려 한다. '공항 속 서울'이란 국악곡은 비보이 그룹과 함께 공연을 펼칠 정도로 신나고 빠른 가락이다. 비보이의 역동적인 몸짓과 신 국악의 자유로움이 절묘하게 어울려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지난해 미국 공중파 NBC에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광고가 방영돼 화제를 모은 적이 있는데 이 광고의 배경음악이 바로 '공항 속 서울'이다. '뷰티풀 코리아'라는 국악곡에선 판소리를 랩으로 풀어내는가 하면 오는 9월에는 '오리엔탈 온'이라는 제목의 국악 뮤지컬 퍼포먼스를 미국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팀의 맏언니 은성(26·해금)씨는 "공연이나 UCC를 보고 국악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힘이 난다"며 "우선은 사람들이 국악을 즐기게 하기보다 해금 소리·가야금 소리·대금 소리·장구 소리가 어떤지를 알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