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몰려 오고 있다."

지난 1970년대 한국경제가 강력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자 당시 세계 언론들이 우리 기업을 두고 한 말이다.

지난해 우리는 사상 처음으로 수출 4000억달러, 무역 8000억달러 시대를 열어 다시 한번 한국수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1964년 우리나라 연간 총 수출이 1억달러였던 점과 비교해 보면 우리 수출은 44년 만에 그 규모가 4000배 이상 성장하였고, 이제는 2시간마다 약 1억달러씩을 수출하고 있다. 수출구조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수출상품 수는 같은 기간 712개에서 8000여개로 대폭 증가했고, 수출상대국은 41개국에서 230여개국으로 크게 늘었다.

이제 지구촌 어디를 가더라도 'Made in Korea'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1960~70년대 어패류와 섬유류·가발·신발 등 1차 산업품과 경공업제품이 수출을 주도했던 것이 이제는 반도체·무선통신기기·컴퓨터·자동차 등 첨단기술 제품들로 대체됐다. 한국수출은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주역이자 세계 11위 수출강국으로 자리 매김했다.

①1962년 금성사(현 LG전자)가 미국 아이젠버그사에 62대의 라디오를 수출하기 위해 선적하고 있다. ②1967년 서울 구로동 수출산업공업단지의 준공식 장면. ③1990년 소련을 비롯한 북방외교가 추진될 당시 소련 수출 전략을 세우고 있는 현대상사 직원들. ④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직원들이 모니터를 통해 반도체 생산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수출 신화는 정부·기업가·근로자 합심의 결과

좁은 국토와 빈약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수출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세계경제환경이 유리하게 작용한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정부·기업가·근로자 모두가 합심하여 노력한 결과이다.

우선 정부는 1960년대 초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함으로써 오늘날 수출 4000억달러 시대를 여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둘째, 기업가 정신이다. 실패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도전정신을 발휘하여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는 기업가 정신은 오늘날 반도체·조선·철강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부상시킨 원동력이 되었다. 미국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 교수는 한국의 이러한 기업가정신이 경제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셋째, 우리 국민의 성장에 대한 의지와 양질의 노동력이다. 잘살아보겠다는 국민의 의지는 중동지역 건설현장 진출과 독일 광산현장 및 의료분야 진출 등으로 나타났다. 결국 높은 교육열과 교육투자는 양질의 노동력 보유로 이어졌고 대한민국을 경쟁국보다 비교우위의 자리에 밀어올렸다.

◆정부의 적극적 대응으로 교역감소·보호무역주의 넘어야

지금까지 비교적 순탄한 성장을 지속해온 우리 수출의 앞으로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지금 5대양 6대주를 순항해야 할 '수출 한국호(號)'는 세계적 불황의 높은 파도 속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우선 세계경제의 침체에 따라 교역량이 급감하고 있다. IMF는 금년도 세계경제 성장률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0.5%로 떨어지고 세계무역량이 전년에 비하여 2.8% 감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번째 파고는 우리 수출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보호무역주의의 창궐이다. 미국은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경기 부양자금을 투입해 공공 공사를 수행할 경우, 미국산 철강과 공산품 구매를 의무화하는 내용)' 정책을 제안하고, 유럽 각국도 자동차·항공산업에 대한 금융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의 후진적인 글로벌 인식도 걸림돌이다. 큰 틀에서 세계무역환경을 이해하려는 전향적인 사고가 부족하다. 미국 시장의 선점이라는 절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의 국회비준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가 거센 삼각파도를 헤치고 '수출 한국호'가 순항할 수 있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키를 잡고 있는 정부의 대응능력이 중요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환율을 비롯한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수출금융을 원활하게 해 수출업체의 경쟁력이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는 일이다. 신성장동력을 갖춘 새로운 수출 산업을 발굴하고 이를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기술개발을 통한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핵심 기술인력과 과학자 양성과 같은 교육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다.

⑤아직 국내에 흑백TV만 방영되던 1970년대에 수출용 컬러 TV를 생산하고 있는 국내 전자업체 생산공장. ⑥1977년 연간 100억달러 수출 돌파를 기념하는 광고판이 서울 광화문에 내걸렸다. ⑦1988년 해외 수출을 위해 선적을 기다리는 현대자동차‘엑셀’.

◆수출에서 위기 극복의 새로운 기회 찾아야

우리 수출 60년사를 살펴보면 우리 수출은 언제나 위기를 기회로 딛고 일어서면서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어려움에 처한 우리 국가경제를 회생시키는 '희망(希望)의 만선(滿船)' 역할을 담당하여 왔다. 6·25전쟁의 잿더미에서 우리 경제를 세계 13위의 경제 대국으로 올려세운 것도 수출이고, 1970년대 두 번에 걸친 오일쇼크도 중동 특수라는 기회를 활용하여 오히려 경제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은 것도 수출이며, 90년대 말 외환 위기에서도 IT 수출이라는 특수로 조기에 IMF 사태를 졸업하는 데 일등 공신을 한 것도 바로 수출이었다. 전 세계가 미증유의 경기침체의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 수출은 새로운 기회 요인을 또 한번 찾아내어 우리 경제를 조속히 회복시킬 저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케인스의 말처럼 세상에 피할 수 없는 현상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피해가는 전략보다 원칙에 충실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여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국제적으로 세계경제 회복에 주도적으로 기여하고 국내적으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하여 정부와 기업 및 근로자가 합심하여 적극적으로 우리 수출의 경쟁력을 제고하여 어느 나라보다 빠른 경제회복을 달성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