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봉이 오르는 행복한 직장인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은 임금 동결 혹은 삭감에 떨고 있고, 구조조정 대상만 되지 않아도 행운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금융위기의 진앙지였던 금융권은 이미 희망퇴직 등을 통해 회사마다 수백 명씩 잘라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 믿었던 공기업도 10~15%의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쌍용차가 법정관리 신청을 하는 등 제조업계는 칼바람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재테크의 왕도(王道)는 없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춰 지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임금이 동결된 대기업 A부장과 최근 시중은행에서 명예 퇴직한 B씨의 실제 사례를 통해 구조조정 한파에서 일반인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알아보고, 재테크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해봤다.
◆대기업 A부장 "먼저 차를 버렸다"
A부장(47)의 연봉은 8000만원이다. "적은 연봉은 아니죠. 올해 연봉 동결한다는 이야기에, 지난 연말 처음으로 통장을 들고 실제로 제가 얼마나 받는지 따져봤어요."
세금과 국민연금 등 원천징수되는 것을 빼고 잡다한 수당까지 합쳐 1년 동안 통장에 찍힌 돈이 모두 5700만원, 한 달 실수령액은 475만원 정도였다. 중3, 고3인 아이들의 사교육비, 연로한 부모님 병원비까지 부담하자면 그리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결국 제가 가진 건 집 한 채와 마이너스 통장 빚 3000만원뿐이더군요." A부장은 앞으로 2년간 마이너스 통장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분석해보니 과소비의 핵심은 자가용에 있었다. 경기도 과천에서 서울 종로로 매일 차를 몰고 출근했다. 기름값 월 20만원에, 터널 통행료 월 8만원 등 기본적으로 30만원이 들었다. 여기에다 일주일에 최소 3회는 회식을 하니, 대리 운전비만 한 달에 30만원이 추가로 들었다. "그나마 차가 아반떼XD여서 기름값이 적게 들었죠. 올해 들어오자마자 지하철을 타기 시작했어요. 당장 50만원은 아낄 수 있겠더라고요."
술자리도 구조조정했다. 그는 "작년에는 일주일에 3~4번은 기본이었다"며 "올해는 '일주일에 2번'으로 원칙을 정했다"고 말했다. 한 번에 최소 10만원씩 나가는 것을 생각하면 술 약속만 줄여도 많게는 한 달에 50만원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월 17만원 들어가던 종신보험도 최근 해약했다.
그는 "월 120만원의 아이들 교육비, 생활비 등 220만원 정도가 고정으로 들어가고, 부모님이 한 번 아프시면 목돈이 한꺼번에 들어간다"며 "술값, 교통비를 줄이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는 줄일 곳이 크게 없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한 달 지출을 100만원씩 줄이는 것이 목표다.
신한은행 이관석 재테크팀장은 "현실적인 범위에서 효과적으로 지출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들의 교육비 구조조정을 하면 좀 더 아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 퇴직한 B씨 "빚 갚을까, 창업할까"
시중은행 부장으로 있던 B(53)씨는 지난해 말 명예퇴직을 했다. 퇴직 조건은 좋았다. B씨는 은행으로부터 명퇴금으로 34개월치 월급을 받았다. 세금을 다 떼고도 2억원에 가까웠다.
문제는 재작년에 아파트를 사면서 얻은 대출이 1억5000만원이나 된다는 점이다. 한때 7억원까지 갔던 아파트값은 최근 6억원 안팎에서 거래된다. 그렇다고 지금 집을 내놓아봤자 팔릴 리도 없다. 당장 마땅한 소득이 없고, 모아놓은 돈도 예금·펀드에 든 4000만원이 전부다. B씨는 "명퇴금으로 창업을 할지, 빚을 갚을지 고민하다 빚을 먼저 갚기로 마음을 정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달랐다. 신한은행 이 팀장은 "먼저 빚을 갚는 것이 재테크의 원칙이기는 하지만, 향후 창업을 할 것이라면 빚을 갚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까지 내린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나고 나면 대출금리가 지금보다 더 오를 수밖에 없다. 경기가 풀릴 시점에 대출을 새로 받으려면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 이 팀장은 "각종 복합적인 문제가 있겠지만, 창업을 할 것이라면 현 상황에서는 명퇴금을 들고 있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대표도 "당장 수입이 없는데 빚부터 갚는 것은 오히려 있는 돈만 계속 까먹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며 "철저한 준비를 거쳐 1억~1억5000만원 정도의 자금이 들어가는 소규모 창업에 도전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