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의 여파로 지갑을 여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특히 노트북PC나 휴대폰, TV처럼 가격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IT(정보기술) 제품들은 구입하기 전에 한 번 더 망설이게 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다른 사람이 사용하던 중고제품이나 리퍼비시(refurbished·반품되거나 전시용 제품을 판매하는 것) 제품에 시선을 돌려보자. 요즘 IT제품들은 내구성이 좋고 고장이 잘 나지 않아 중고제품이라도 사용하는 데 불편하지 않다.

늘어나는 중고 거래

온라인 쇼핑 사이트 옥션이 운영하는 중고장터 코너는 11월 거래량이 전년 동월 대비 265%나 증가했다. 이 중 휴대폰(380%), 생활가전(325%), 컴퓨터(300%) 등 IT제품의 판매 증가세가 뚜렷했다.

옥션 중고장터에서는 운만 좋으면 저렴한 가격에 새것 같은 중고 IT제품을 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PDA폰 'M4650'은 10만~13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새 제품은 가장 싼 게 25만원(신규가입 기준) 안팎이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장터 역시 전년 대비 판매량이 150% 정도 증가했다. 이 중 85%가 PC 관련 제품이다. 이곳에서는 시중 가격이 100만원대인 LG전자의 소형 노트북PC 엑스노트 Z1을 65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32인치 LCD TV 파브 보르도(LN32R 71BD) 역시 시중 가격(80만원)보다 26% 저렴한 59만원에 살 수 있다.

중고제품 판매는 카페나 블로그, IT기기 전문 커뮤니티에서도 활발하다.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의 회원수는 291만명이다. SLR클럽과 같은 디지털카메라 정보 사이트에서는 중고 디지털카메라가 판매된다.

중고 제품만 찾아주는 컴퓨터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베이와치'를 설치하면 인터넷 공간에 개설된 중고판매 코너 640여곳의 제품을 통합 검색할 수 있다. 옥션 전략기획팀의 임정환 과장은 "중고거래 시장이 향후 2년 동안 연간 50%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고가 불안하면 리퍼비시 제품을

중고제품이 불안하다면 '리퍼비시(refurbished)' 제품을 고려해보자. 리퍼비시 제품은 구매자의 갑작스러운 변심이나 초기 불량 등의 이유로 판매 직후 반품됐거나 매장 전시용 제품을 판매하는 것. 품질은 신상품과 같지만 '리퍼비시'라는 꼬리표를 다는 순간 가격이 20~30% 정도 내려간다. 재(再)출시 전에 해당 회사에서 추가검사를 하기 때문에 제품 성능은 믿을 수 있다.

다나와에 따르면 리퍼비시 노트북PC의 판매는 올해 초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10월에는 삼보 노트북PC 에버라텍의 리퍼비시 제품 15종을 판매하는 기획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학교 연구원인 김규태(37)씨는 지난달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에서 시중가 140만원인 소니의 바이오 노트북PC(TZ36L) 리퍼비시 제품을 119만원에 구입했다.

인터넷 쇼핑몰은 수량이 충분하지 않은 리퍼비시 제품의 코너를 별도로 운영하지 않는다. 제품을 찾으려면 검색창에 '리퍼비시'를 입력하면 된다. 반면 반품닷컴이나 빽샵처럼 리퍼비시 제품만 취급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있다. 빽샵은 도시바의 노트북PC 포르티지 M500을 시중가(121만원)보다 12% 싼 106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구매 전 꼼꼼히 따져봐야

인터넷 사기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지난 3년간 3만건이 넘는 중고판매 사기 신고가 접수됐다. 원하지 않는 물건의 반품을 거부하거나, 아예 돈만 챙기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중고판매가 개인 간 직거래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판매자가 활동한 이력을 살펴보고, 에스크로 서비스(구매 결정 시까지 대금지불을 유보하는 안전장치)를 제공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리퍼비시 제품의 경우는 무상보증 기간을 반드시 확인하자. 무상보증 기간은 대부분 제품이 처음 판매된 시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재판매가 이루어진 후에는 무상보증 기간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또 무상보증의 범위도 제품이 생산된 국가에 한정될 수 있으므로 국내에서 만들어진 정식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