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올 한 해 새내기주(株)들도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주가 하락으로 기업공개(IPO)를 연기한 곳이 속출했고, 그나마 상장한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 시선도 싸늘했다. 그 결과 신규 상장사는 1998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적은 44개에 그쳤고, 주가가 공모가격을 밑돌고 있는 종목들도 수두룩하다. 공모주시장이 최악의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내년 공모주 시장도 썩 재미 보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하지만 무작정 상장을 연기하고만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올해보다는 공모주 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10년 만에 상장기업 수 최저
23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종목은 유가증권시장 6개,코스닥시장 38개 등 44개에 불과했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로 공모주가 8개에 불과했던 1998년 이후 최저치다. 작년(72개)과 비교해선 38%나 급감했다.
성적도 우울했다. 올해 신규 상장한 44개 중 37개의 현 주가가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세미텍·제이씨엔터테인먼트는 공모가 대비 80% 이상 급락했고, 테스·서울옥션·코웰이홀딩스는 70% 넘게 빠졌다.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았던 기업들도 서울옥션·비유와상징·고영·이크레더블 등 11곳에 달했다. 우진비앤지·엘디티는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90% 이상 높게 형성됐지만 현재 주가는 공모가보다 60% 이상 급락한 상태다. 공모주 투자 손실 발생이 증가하면서 청약미달 사태도 잇따랐다. 올해 청약이 미달된 곳은 마이스코·비유와상징·슈프리마·한텍·LG이노텍·심팩ANC 등 6곳에 이른다.
◆주가급락 때문
공모주 시장 침체의 주된 원인은 주가급락이다. 증시가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원하는 공모가격과 시장이 원하는 공모가격 사이에 격차가 벌어졌다. 이에 따라 공모를 포기 또는 연기하는 기업이 잇따랐다. 공모를 포기하거나 연기하기 위해 공모 철회신고서를 제출한 곳만 STX엔파코·티스퓨쳐·서암기계공업·해덕선기 등 15곳에 달했다.
이외에 작년 7월 공모 후 주가가 일정 부분 이하로 떨어지면 상장 주관사가 이를 의무적으로 되사주는 '풋백옵션제'가 폐지되는 등 투자자들의 안전장치가 사라진 점도 공모주 시장 침체를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그래도 신인상은 있어
공모가 대비 선방한 새내기주는 그래도 있었다. 삼강엠앤티·엠게임·LG파워콤·에너지솔루션·마이크로컨텍솔·슈프리마·에스맥·연합과기공고유한공사 등 8개였다. 특히 조선기자재 업체 삼강엠앤티는 사업영역 확대가 예상되면서 현 주가가 공모가보다 40%나 높아 올해 가장 좋은 성과를 거뒀다. 지난 19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엠게임은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 성장세 속에 다수 신규게임 출시로 실적개선이 기대되며 주가가 올랐다. LG파워콤은 LG데이콤과의 합병에 대한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건축기술 서비스업체 에너지솔루션은 최근 209억원 상당 집단에너지시설 공사계약을 체결하는 등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호재였다.
◆내년 좀 더 좋아지나
내년에도 전체 시장 전망이 밝지 않아 공모주시장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하지만 내년으로 상장을 미룬 대어급들이 대거 쏟아질 예정이어서 기대감은 높다. 올해 상장 승인을 받았다가 내년으로 상장을 미룬 기업들은 진로·동양생명·포스코건설·대우캐피탈·롯데건설·SKC&C 등 면면이 화려하다. 김영근 한화증권 연구원은 "대기업들도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공모를 더 이상 미루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시장에 나오면 대형주를 선호하는 최근 장세에서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기업 민영화에 따른 공모주시장 부각도 기대감을 모은다. 증권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의 민영화가 늦춰진 데 따른 반작용으로 지역난방공사·한국남동발전 등의 공기업들이 공모를 통해 민영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공모가가 기업 희망가의 절반 수준으로 결정되면서 공모 경쟁률도 높게 나오는 등 공모가격 거품이 빠져 올해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