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칠레의 한 시골마을. 아버지가 경영하는 작은 양계장에서 나오는 계란을 시장에 내다팔던 20살 청년 곤 잘로비엘(Gon Zalovial)은 '양계장을 기업형으로 크게 운영하면 더 좋은 품질의 닭고기와 계란을 공급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이 작은 꿈이 53년이 지난 오늘날 현실이 됐다. 곤 잘로비엘의 작은 양계장은 칠레 최대 농업·식품기업 아그로수퍼(Agrosuper)로 성장해 닭고기뿐만 아니라 돼지고기·칠면조에서 연어·와인에 이르기까지 수십 가지 농·축산물을 생산해 세계 50여개국에 내다팔고 있다. 아그로수퍼 브랜드를 단 돼지고기와 연어는 일본시장을 비롯한 식품 선진국에서도 최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기업의 외형도 성장 일로다. 지난 2002년 7억5000만 달러였던 매출액은 5년 뒤인 지난해 14억5000만 달러로 2배 수준이 됐다.
◆브랜드 관리와 철저한 품질관리가 성공 비결
칠레는 풍부한 수자원과 일조량, 깨끗한 자원 환경으로 농업을 위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아그로수퍼가 미국·유럽의 거대 농식품 기업과 맞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러한 배경 못지않게 철저한 품질 관리와 브랜드 파워 육성이 큰 역할을 했다.
아그로수퍼는 초창기부터 OEM(주문자생산방식) 생산을 하지 않고 자체 브랜드를 고집했다. 자체 브랜드가 있어야 서구 거대 기업과 경쟁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안드레아 타카미야 아시아 육류사업본부장은 "농축산 제품은 날씨나 유행성 질병 등 인간이 제어하기 힘든 다양한 변수에 의해 품질·생산이 좌우된다"며 "자체 브랜드가 있어야 종업원들이 품질 관리에 대한 강한 책임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그로수퍼는 또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육류의 사육에서부터 도축·가공·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직계열화했다. 수십 개의 다른 농장에서 사육한 돼지를 모아 가공할 경우 균일한 품질이 나올 수 없다고 보고, 자체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위기를 통해 성장한 아그로수퍼
아그로수퍼는 위기를 통해 성장했다. 1980년대 남미는 전체적으로 극심한 경제 위기에 처해 있었다. 칠레 농업 역시 사상 최악의 불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고, 양계산업도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었다.
아그로수퍼는 이때 공격적인 투자와 사업 다각화를 단행했고, 해외 시장에도 적극 진출했다. 이를테면 불황으로 문을 닫은 양계장을 사들여 개조한 뒤, 돼지를 키우는 식으로 사업 분야를 확대한 것이다. 칠레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과수재배사업, 연어 생산·가공·수출업 분야에 진출한 것도 이때였다.
1990년대 들어서도 아그로수퍼는 영역 확장을 멈추지 않았다. 1990년대 초 햄·소시지 가공업에 진출했고 1996년에는 칠레 최대의 육가공업체를 사들였다. 그 직후에는 와인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아그로수퍼가 이처럼 확장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기존 사업을 통해 번 돈을 철저하게 재투자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아그로수퍼가 재투자한 자금은 10억 달러를 넘었다.
◆청정 사막지대에 농업도시 건설
아그로수퍼는 미래 농·축산업의 성패는 '청정'과 '안전'에 달려있다고 보고 지난 2005년부터 사막 지대인 '후아스코 밸리'에 세계 최대 규모의 농업 도시를 건설하는 '아그로수퍼 메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공해 시설은 물론, 오염의 흔적이 전혀 없는 사막 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적인 농·축산물로 세계 시장을 정복하겠다는 구상이다.
아그로수퍼는 오는 2011년까지 총 6억 달러를 투자해 25만 두의 돼지를 사육하는 시설과 3000가구가 살 수 있는 도시를 우선 완공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그 후에는 올리브 등의 과수 재배 시설도 추가로 짓는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필요한 용수는 사막 아래에 흐르는 지하수를 개발해 해결하기로 했다.
현재 부지 확보는 끝난 상태이며, 연간 2만 두의 돼지를 생산할 수 있는 사육시설과 사료 제조 시설, 항구 등 물류시설 등을 건설 중이라고 아그로수퍼측은 밝혔다.
호세 구즈만(Jose Guzman) 대표는 "아그로수퍼의 농업 도시는 깨끗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