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유명 연예인보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이 있다. 대통령도 아닌데 심지어 점심 먹는 모습까지 신문 사진이며 방송 화면에 나온다. 외환은행 선임외환딜러 김두현(38) 차장은 "지난 8월 이후 거의 매일 신문·방송에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기자 용어로 속칭 "필(feel)이 사는 얼굴"이다. 환율이 폭등했을 때의 괴로움과 긴장감이 얼굴에 자연스럽게 잘 나타난다. 그래서 고참 사진기자들은 새로 온 신참에게 "이 사람을 찍으라"고 점찍어주기도 한다. 외환시장 관련 사진의 절반 이상에 그가 등장하는 이유다.
"오후 2시30분쯤 되면 사진 기자들이 딜링룸(거래실)에 와요. 그때는 마감 30분 전이라 가장 바빠서 사진 찍는 걸 전혀 의식을 못해요." 환율이 폭등할 때 머리를 감싸 쥔다거나, 환율이 안정돼 웃음을 짓는 그의 사진은 전혀 연출된 것이 아니다.
그는 벌써 석 달 넘게 점심을 딜링룸에서 도시락이나 라면으로 때우고 있다. "환율이 워낙 크게 출렁거리다 보니 움직이질 못해요. 라면을 먹으면서 모니터를 쳐다보는 사진을 보고 어머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셔요. '다른 일이나 부서를 찾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좋은 점도 있다.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두 딸은 '아빠가 유명해졌다'며 좋아한단다. 옛 친구들 전화를 받을 때도 많다. "중3 때 짝이 신문 사진을 보고 '내가 아는 두현이가 맞냐'며 전화가 왔더라고요." 그렇게 연결된 중학교 친구들과는 지난 9월 졸업 후 20년 만에 반창회를 했다.
그는 하루하루가 고달프다. 크게는 장중 환율이 100원 이상 움직이면서 장이 열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고 모니터만 쳐다봐야 한다. 그는 "신문에 안 나와도 좋으니 하루라도 빨리 환율이 안정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