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4년1개월 만에 최고치인 1160.5원까 지 오른 지난 9월 26일 서울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김두 현 차장이 지친 듯 눈을 비비고 있다. 조인원기자 join1@chosun.com

웬만한 유명 연예인보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이 있다. 대통령도 아닌데 심지어 점심 먹는 모습까지 신문 사진이며 방송 화면에 나온다. 외환은행 선임외환딜러 김두현(38) 차장은 "지난 8월 이후 거의 매일 신문·방송에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기자 용어로 속칭 "필(feel)이 사는 얼굴"이다. 환율이 폭등했을 때의 괴로움과 긴장감이 얼굴에 자연스럽게 잘 나타난다. 그래서 고참 사진기자들은 새로 온 신참에게 "이 사람을 찍으라"고 점찍어주기도 한다. 외환시장 관련 사진의 절반 이상에 그가 등장하는 이유다.

"오후 2시30분쯤 되면 사진 기자들이 딜링룸(거래실)에 와요. 그때는 마감 30분 전이라 가장 바빠서 사진 찍는 걸 전혀 의식을 못해요." 환율이 폭등할 때 머리를 감싸 쥔다거나, 환율이 안정돼 웃음을 짓는 그의 사진은 전혀 연출된 것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한₩미 통화 스와프(국가간 통화교환) 발표로 환 율이 전날 대비 무려 177원이나 폭락한 1250원으로 마감하 자 김두현 차장이 주위를 둘러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태경기자 ecaro@chosun.com

그는 벌써 석 달 넘게 점심을 딜링룸에서 도시락이나 라면으로 때우고 있다. "환율이 워낙 크게 출렁거리다 보니 움직이질 못해요. 라면을 먹으면서 모니터를 쳐다보는 사진을 보고 어머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셔요. '다른 일이나 부서를 찾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좋은 점도 있다.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두 딸은 '아빠가 유명해졌다'며 좋아한단다. 옛 친구들 전화를 받을 때도 많다. "중3 때 짝이 신문 사진을 보고 '내가 아는 두현이가 맞냐'며 전화가 왔더라고요." 그렇게 연결된 중학교 친구들과는 지난 9월 졸업 후 20년 만에 반창회를 했다.

그는 하루하루가 고달프다. 크게는 장중 환율이 100원 이상 움직이면서 장이 열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고 모니터만 쳐다봐야 한다. 그는 "신문에 안 나와도 좋으니 하루라도 빨리 환율이 안정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