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의 한 투자회사(유동화 전문회사)가 채권단이 관리 중인 대우일렉(옛 대우전자)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해 논란을 빚고 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따르면, 대우일렉의 소액채권자인 영국계 투자회사 '우리BC페가수스'가 무담보채권 500억원(전체 의결권의 5%에 해당)을 확보하기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자산 1조원이 넘는 기업에 대한 법정관리 신청이 접수된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우리BC페가수스는 대우일렉이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는 데다 매각이 두 차례 무산돼 채권 회수가 힘들다는 이유로 법정관리(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우일렉 지분 95%를 갖고 있는 채권단의 뜻에 반대해서, 지분으로 따지면 5%만 갖고 있는 소액 주주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대우일렉은 지난 2002년 11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으며, 자산관리공사·우리은행·신한은행·외환은행 등이 주요 채권 은행이다. 이들 채권단은 대우일렉에 대한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출자 전환을 했다. 반면 우리BC페가수스는 우리은행으로부터 2004년 9월 무담보 채권 500억원을 매입했으며, 출자전환은 하지 않았다. 우리BC페가수스는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구제금융이 투입된 영국계 은행이 소유하고 있다. 대우일렉은 2005~2007년까지 3년 연속으로 700억~8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 8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대우일렉은 우리BC페가수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대해 "회사가 매각될 경우 자신들이 차지할 몫을 늘리기 위해 멀쩡한 회사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에서 회사가 매각되면 우리BC페가수스가 출자전환을 한 채권은행보다 우선 순위로 채권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95%의 지분을 보유한 채권단은 우리BC페가수스의 법정관리 신청에 반발, 법원에 법정관리를 하면 안 된다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채권단은 진정서에서 "우리BC페가수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당초 계획한 매각 절차를 진행하는 데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면서 "특히 일부 금융기관은 대우일렉에 대한 법정관리 신청 사실을 알고 대우일렉에 대한 대출을 전면 중단, 회사의 정상적인 영업이 힘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9000여개 대우일렉 협력업체들도 연쇄도산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현재 매각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의 '진정성' 여부가 회생 개시여부를 결정짓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대우일렉에 대한 회생 개시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