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씨는 2년 전 은행에서 적립식 펀드 두 군데에 가입했지만 그 동안 판매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은 단 두 차례였다. 그것도 펀드 수익률이나 환매 등에 대한 정보 제공 차원이 아닌, 모두 자동이체 기간을 연장하겠느냐는 전화뿐이었다.
금융위원회가 상위 5개 펀드 판매사(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미래에셋증권)의 판매시장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지난 2005년 말 46.2%에서 지난 6월말엔 절반 수준인 49.1%로 늘어났다. 이처럼 펀드에 대한 판매가 일부 대형사에만 몰리다 보니 경쟁은 약해지고 고객 서비스는 취약해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28일 '펀드 판매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들 방안에는 펀드 선택을 다양화하고 펀드 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 방안들이 포함돼 있다. 앞으로 펀드 가입 때 알아두면 큰소리 칠 수 있는 각종 제도 개선안에 대해 살펴보자.
◆펀드도 싸게 골라 드는 재미가 있다
직장인 한모(30)씨는 최근 은행에 갔다가 은행 직원으로부터 새로운 펀드에 가입할 것을 권유받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 직원이 추천해 준 상품은 그 은행이 전략적으로 미는 '특판상품'이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펀드 가입이 이처럼 은행이나 증권사 직원의 추천에 따라 수동적으로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가입자가 여러 펀드를 비교해 가며 골라서 들기가 편해질 전망이다. 내년 2월부터 은행이나 증권사가 아닌 일반 법인도 펀드를 판매할 수 있게 돼 여러 종류의 펀드를 모아놓고 판매하는 소위 '펀드 수퍼마켓' 설립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각 증권사별로 온라인 상에서 여러 가지 펀드를 살펴볼 수 있는 '펀드 몰'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자사에서 판매하는 펀드 위주로 소개되기 마련이다. 앞으로 판매하는 펀드와 이해 관계가 없는 일반 법인이 펀드 수퍼마켓을 설립하게 되면 투자자 입장에선 보다 객관적으로 다양한 펀드를 비교,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온라인판매사 설립도 가능해져 인터넷쇼핑몰처럼 온라인에서 가격을 비교해 가며 펀드 쇼핑을 하는 것도 현실화될 예정이다. 이 같은 방식의 펀드 수퍼마켓에서는 펀드와 관련해 가입자에게 최소한의 설명만 해주는 대신 판매 수수료와 보수를 대폭 낮춰 받게 된다.
펀드 선택 등과 관련해 자문을 원하는 개인을 위해선 내년 2월부터 외국처럼 개인을 대상으로 투자 자문을 해주는 개인 투자자문업을 허용함으로써,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아 펀드 상품을 선택하고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을 의뢰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펀드 수수료 비교해서 따져보고, 판매사에 항의하자
보통 펀드에 가입하면 매년 판매 수수료와 운용보수 등을 합쳐 연 2~3%를 부담해야 한다. 최근 연 6% 수준의 특판 예금상품이 출시되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한 9%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야 예금과 비슷한 수준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고, 투자 위험을 감안한다면 최소 10% 이상의 수익률은 거둬야 비로소 펀드에 투자하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일반주식형 펀드 680개 중 1년 수익률이 10% 이상인 펀드는 단 한 개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주식시장이 반등한다면 수익률은 금세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약세장에서 수수료를 따져보는 것은 펀드 선택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자산운용협회는 이 달 중순부터 국내에 출시된 모든 펀드의 판매 수수료·보수를 홈페이지를 통해 비교할 수 있도록 공지할 계획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정부는 내년부터는 펀드 판매사별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도 자산운용협회 홈페이지에 게재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똑같은 펀드에 가입했더라도 A은행에서 가입했을 경우 얻는 서비스와 B증권사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곧바로 비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펀드 판매사들 간에 경쟁이 붙어 판매 수수료가 인하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행 법규상으로도 펀드 판매사들이 각기 다른 판매 수수료·보수를 받는 것이 가능하지만 지금은 모든 판매사가 일률적으로 같은 보수를 받고 있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외에 장기 투자자의 경우 일정 기간 이상 특정 펀드에 가입하면 이후 판매보수를 할인해 주는 장기투자자 우대 정책도 도입될 예정이다.
자산운용협회 장상호 주임은 "이번 개정안은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해서 수수료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판매사 간 공개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수수료를 낮추자는 것"이라며 "고객들이 판매사에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야 수수료 인하를 보다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